조계종 신도들, “옛 한전부지 땅 돌려달라” 대규모 집회후 시청 난입하려다 충돌

입력 2016-03-23 16:58
조계종 신도들이 23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봉은사 소유였다가 수용된 강남구 삼성동 옛 한전부지 땅을 돌려달라며 집회를 갖던 중 서울시청으로 진입을 시도하자 방호원들이 막고 있다. 김재중 기자

대한불교조계종이 23일 봉은사 소유였던 옛 한전부지 환수를 주장하며 시청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집회가 끝난 뒤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정문으로 강제 진입하려는 과정에서 서울시 방호원들과 물리적인 충돌을 빚었다.

조계종이 환수를 요구하는 옛 한전부지는 현대차그룹이 2014년 9월 10조원에 사들여 소유권이 이전됐고, 555m 높이의 현대차그룹 통합사옥(글로벌비즈니스센터)을 짓기 위한 인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뒤늦게 조계종이 옛 한전부지를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계종 한전부지 환수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기원법회를 개최했다. 이날 법회에는 승려와 신도 등 수백명이 참석했다. 환수위원회는 서울시의 한전부지에 대한 개발 인허가를 즉각 중단하고 봉은사 토지 수용의 진상을 밝히는 공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환수위원회 공동위원장인 봉은사 주지 원명 승려는 “오늘 한전부지 환수 기원법회를 연 것은 과거 서울시가 불교계에 행한 잘못을 바로잡는 역사 바로 세우기이자 불교의 자주권과 존엄을 회복하는 거룩한 법석”이라며 “지금이라도 서울시는 과거 강남권 개발과 봉은사 토지 불법 강탈 사기극에 대해 전체 불교도들 앞에 참회하고 개발 인허가 과정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옛 한전부지는 본래 봉은사 소유였으나 1970년 당시 상공부가 조계종 총무원으로부터 매입했다. 조계종은 당시 상공부가 강압적 분위기로 조계종 총무원 집행부를 협박해 토지를 강제수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봉은사 소유 토지의 매도인은 조계종 총무원장, 매수인은 상공부청사건설위원회로 돼 있다. 계약 내용은 상공부 청사 건설을 위해 토지 10만평을 수용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조계종 환수위원회는 “상공부가 사들인 토지는 봉은사 소유인데 조계종 총무원장이 매도인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불교재산관리법 제9조는 주지가 사찰에 속하는 일체의 재산을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당시 시행된 불교재산관리법이나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봉은사 토지는 봉은사 주지가 법적 대표자이며 주지만이 처분할 수 있다”며 “법적 주인이 따로 있는데도 제3자가 토지를 처분한 것으로 엄연히 무효인 계약”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환수위는 한전부지 개발중단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 10일과 14일 서울시청을 방문해 박원순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환수위는 봉은사 토지 수용의 부당성을 확인하는 소송과 함께 100만 서명운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현행법상 적법하게 이뤄진 매매계약에 따라 소유권이 이전된 상황에서 이를 뒤집을 만한 확실한 근거가 나오지 않는 한 인허가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1970년 상공부와 조계종 총무원간 매매계약서는 유효한 것은 확인됐다”며 “억울한 심정은 알지만 문제가 있다면 소송을 해서 시비를 가려야지 무리하게 시청에 진입하려는 것은 평화를 추구하는 종교인으로서 올바른 행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