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선거 판세 좌우할 유승민·윤상현의 무소속행

입력 2016-03-23 16:35

“수도권 선거는 망했다.”

막말·욕설 파문으로 새누리당에서 공천 배제된 윤상현 의원의 무소속 출마 소식에 수도권 의원들은 가슴을 쳤다. ‘유승민 고사작전’ 때문에 떨어져나간 민심을 수습하는 것만도 벅찬데 결국 윤 의원 출마라는 핵폭탄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수도권 의원들이 전패 위기감은 비수도권 의원들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비박 공천학살에 이은 尹 무소속행, 수도권 민심 흔들=윤 의원은 23일 오전 새누리당 인천시당에 탈당신고서를 제출했다. 현직 시의원과 구의원을 포함해 지지자 3500여명이 함께 탈당했다. 윤 의원은 후보자등록이 시작되는 24일 무소속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역에선 이미 그가 무소속 명함을 돌리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

이번 선거에 달린 253석 중 절반에 달하는 122석(48.2%)이 서울 인천 경기에 몰려 있다. 수도권 민심은 특정 정당 지지세가 뚜렷하지 않고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해 선거 막판까지 판세를 가늠하기 어렵다. 서울 지역의 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자체적으로 여론조사를 해보니 유승민 공천 파문 이후 지지율이 10% 포인트 넘게 떨어졌다”며 “야당 후보에 20% 이상 앞서던 것도 야권 단일화를 전제로 하면 오차범위 내 접전으로 좁혀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도권 선거를 어떻게 치르겠다는 건지 한숨밖에 안 나온다”고 했다. 정두언 의원(서울 서대문을)도 CBS라디오에 출연해 “새누리당 지지자 중에서도 투표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도처에 있다”며 “지지자들이 투표를 안 하면 선거를 어떻게 치르겠나”라고 했다. 정 의원은 “19대 선거 때 서울에서 (48석 중) 16석을 얻었는데 지난번보다 더 얻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의원은 “당에 기댈 생각은 애초부터 안 했다”며 “개인기로 돌파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실화된 多與구도, 與 과반 붕괴=공천 시작 전 157석이던 새누리당 의석 수는 이날 기준 149석으로 줄었다. 컷오프된 김태환 조해진 권은희 안상수 진영 강길부 의원 등 6명이 탈당했고 윤 의원과 주호영 의원이 추가 탈당하면서 과반이 무너졌다.

탈당 행렬은 계속될 전망이다. 유 의원 옆 지역구인 대구 동갑의 류성걸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탈당을 위한 서류 준비는 이미 마쳤다”며 “공천 배제 결정이 철회되지 않으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류 의원은 “현재로선 각 개별 의원들이 처해있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연대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날 공천 탈락이 최종 확정된 이종훈 의원도 아직 거취를 결정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어서 여권 분열이 선거전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달 국민의당 창당 때만 해도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에서 어부지리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그런 바람은 사라진지 오래다. 특히 수도권에서 국민의당 지지세가 저조해 야권 분열이라고 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