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이어 브뤼셀 테러… 유로 2016의 전조인가

입력 2016-03-23 16:10
파리 테러 당시 두 번째 폭음을 듣고 놀란 프랑스 축구대표팀 수비수 파트리스 에브라(왼쪽)의 표정. 사진=영국 스카이스포츠 방송 화면촬영

지난해 11월 13일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 전반 19분 하프라인 주변에서 패스할 곳을 찾던 프랑스 축구대표팀 수비수 파트리스 에브라(35·유벤투스)는 동쪽 관중석 너머에서 울려 퍼진 폭음을 듣고 공을 세웠다.

 에브라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곧바로 후방에 공을 넘겨 경기를 속개했지만 그라운드와 관중석에선 잠깐의 소란이 벌어졌다. 두 팀 선수들의 전열은 미세하게 흐트러졌고, 관중석에선 함성 대신 웅성거리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3분 전 한 차례 폭음이 들린 뒤여서 혼란이 컸다.

 프랑스 파리 테러가 발생한 순간이었다. 폭음은 파리 시내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폭탄테러의 기척이었다. 경기는 전·후반 90분을 모두 진행하고 프랑스의 2대 0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경기 도중 테러 소식을 전해들은 관중들은 경기장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라운드에 모였다.

 에브라의 휘둥그레진 눈, 관중들의 겁에 질린 표정은 테러의 공포를 극대화했다. 테러리스트들의 노림수였다. 테러 용의자들은 자폭하거나 붙잡혔지만 독일과 프랑스의 빅 매치를 관전한 세계 축구팬들에게 테러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할 수 있었다.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를 앞두고 테러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파리 테러에 이어 ‘유럽의 수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연쇄 폭탄테러까지 발생해 공포심이 커졌다. 브뤼셀 테러는 지난 22일 오전 8시(이하 현지시간)쯤 발생했다. 공항과 지하철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테러로 최소 34명이 사망했고 230명 넘게 다쳤다. 파리 테러의 사망자는 129명이다.
벨기에 국기 색상으로 점등한 프랑스 파리 에펠탑 / 파리 트위터

 서유럽을 타격한 최근 두 번의 테러는 공교롭게 국제축구연맹(FIFA) A매치 주간에 프랑스와 이웃나라 벨기에에서 발생했다. 벨기에의 경우 오는 29일 오후 8시45분 브뤼셀 보두엥 국왕경기장에서 포르투갈과 홈경기를 벌일 예정이다.

 에당 아자르(25·첼시), 마루앙 펠라이니(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황금 세대’를 보유한 FIFA 랭킹 1위 벨기에,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레알 마드리드)를 최전방에 세운 7위 포르투갈의 경기는 프랑스와 독일의 경기가 그랬던 것처럼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이 모아질 빅 매치로 손꼽혔다.

 킥오프 시간이 다가올수록 커졌던 세계 축구팬들의 기대감은 경기를 1주일 앞두고 발생한 테러 탓에 공포심으로 바뀌었다. 세계 축구계 안팎에선 “테러리스트가 공격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축구 경기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테러의 주범으로 지목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유로 2016을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경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로 2016은 오는 6월 10일~7월 10일 프랑스에서 열린다. 본선 진출국은 유럽의 24개국이다. 파리 테러, 브뤼셀 테러를 유로 2016에서 벌일 대규모 테러의 예고로 보는 시각도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브뤼셀 테러 발생 직후 성명을 내고 “유로 2016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안전 강화 의지를 거듭 강조한다”고 천명했다. 프랑스 정부는 “매우 높은 수준의 보안 정책을 펼치겠다”며 약 24억원을 투입해 CCTV를 대거 설치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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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