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비례대표, 친문체제 강화...운동권 출신 약진

입력 2016-03-23 16:08

더불어민주당이 우여곡절 끝에 23일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은 ‘친문(친문재인) 체제’ 강화와 운동권·시민단체 출신의 약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전문성을 강화하기보다는 당의 고유한 색깔을 걸맞은 후보들이 전진 배치된 점이 특징이다.

더민주는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를 1번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2번에 각각 배치한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발표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박 교수를 1번에 배치한 것에 대해 “최근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결 영향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며 “인공지능의 기본은 수학이라는 점을 고려해 1번에 모셨다”고 설명했다. 2번에 배정한 김 대표와 관련해서는 “김 대표가 당의 얼굴로서 총선 승리를 이끌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에서 박 교수와 김 대표,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4번), 김성수 당 대변인(10번) 등 4명은 김 대표가 자신의 전략공천 권한(4명)으로 당선권에 배치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하면 상위 순번 후보자 상당수가 시민단체나 운동권 출신이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당선 안정권에는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후보자들이 대거 포진됐다. 김현권 경북 의성군 한우협회장(6위), 문미옥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기획지원실장(7번),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8번), 제윤경 주빌리은행 대표(9번) 등이 대표적이다. 권미혁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11번),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15번) 등도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인사들이다.

이들 외에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12번)은 노동분야 대표로 추천된 후보이며, 심기준 전 강원도 정무특별보좌관(14번)은 취약지역 대표로 추천돼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정은혜 전 상근부대변인은 ‘청년 비례대표’ 몫으로 16번을 배정받아 국회 입성을 노리게 됐다.

더민주는 앞서 지난 20일 ‘탈(脫) 운동권’ 성향의 비례 대표 명단을 공개했다가 일부 후보자가 자질 시비에 휘말리면서 심한 내분을 겪었다. 당시 김 대표가 주도해 작성한 명단 ‘원안’에는 후보자의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운동권 및 시민단체 출신은 배제한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다음 날 열린 당 중앙위원회 순위 투표에서 운동권·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선전하면서 최종안은 원안과 크게 달라졌다. 과거 야권의 비례대표 명부와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