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센터장까지 낀 주가조작단이 적발돼 검찰에 고발됐다. 주식거래 전용 사무실을 차려놓고 차명계좌를 대거 동원해 주가를 띄운 뒤 빠지는 이른바 메뚜기형의 전형적인 시세조종 수법이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3일 전업투자자 1명과 증권회사 센터장 1명을 세세조종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전업투자자 A씨는 지방의 한 대도시에 2012년 12월 사무실을 차리고 직원 5명을 고용했다. 이 직원들의 임무는 1인당 3~4대의 컴퓨터를 동원해 주식을 사고 파는 것이었다.
목표로 삼은 회사의 주식을 미리 사놓은 뒤, 차명계좌를 동원해 상한가에 대량 매수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끌어올렸다. 증시가 마감한 뒤에도 시간외 매수 주문을 넣어 다음날 매수세가 몰리도록 개미투자자들을 현혹했다. 장중에는 고가 대량 매수주문을 넣어 마치 주가가 오를 것처럼 보이게 했다가 개미들이 몰리면 자신들의 매수주문은 취소하는 식으로 주가를 띄웠다. 이렇게 2~3일간 주가를 띄운 뒤 일정량씩 시차를 두고 주식을 매도해 빠져나왔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2국 박재흥 조사1팀장은 “시세조종에 사용된 증권 계좌는 서로 연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지인 등 27명의 명의를 빌려 45개의 차명계좌를 만들고, IP주소도 서로 다르게 보이도록 컴퓨터마다 인터넷 회선망을 따로 가입했다”며 “한 종목을 크게 띄우기보다는 여러 회사의 주가를 1000만원~1억원 정도씩 동원해 2~3일 정도 잠깐 띄우고 소액을 챙기고 빠지는 전형적인 메뚜기 방식을 썼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런 식으로 지난해 8월까지 3년동안 36개 종목의 주가에 손을 댔다. 주가조작에 동원된 거래만 36만회에 이르고, 이들이 챙긴 금액은 약 51억원이나 된다. 계좌의 잔액만 100억원대에 이르렀다.
A씨가 오랫동안 들키지 않고 주가조작을 일삼을 수 있었던 이유는 증권사 직원이 끼었기 때문이다. 한 대형증권사 센터장인 B씨는 자신과 아내, 센터를 찾아온 고객의 명의로 계좌를 만들어 직접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은 물론, 증권회사 내부 전산망을 통해서 이상매매 내역이 적발되었을 때에도 “서로 관련 없는 계좌들”이라고 허위보고해 주가조작을 숨겼다. A씨에게서 수시로 돈을 받고 자신이 동원한 계좌에 남은 이익금도 챙겼다. 박 팀장은 “거래소에서 이상거래를 통보 받아 조사에 착수해보니 거래패턴이 비슷한 계좌가 줄줄이 엮여나왔다”며 “B씨는 이전에도 내부감사에서 적발돼 징계를 받았었는데 이를 무시하고 주가조작에 가담해 증권사에도 징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B씨에 대해서는 소속 증권사에 정직 3개월을 요구하고, A씨와 B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A씨의 사무실에서 주가조작에 가담한 5명의 직원도 시세조종 조력 혐의에 대해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메뚜기식 단타 주가조작단에 증권사 직원까지 가담
입력 2016-03-23 15: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