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터지는 악재... 사르코지 대선 가도 빨간불

입력 2016-03-23 15:41
출처: 르몽드 캡쳐

니콜라 사르코지(61) 전 프랑스 대통령의 내년 5월 대선 가도에 갈수록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대법원은 22일(현지시간) 사르코지와 담당 변호사 간의 통화를 도청한 녹음내용을 경찰이 증거로 쓰는 데 위법사항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사르코지는 오는 11월 있을 대선 후보 경선 출마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해당 녹음 내용은 지난 2012년부터 2013년 사이 프랑스 경찰이 사르코지와 담당 변호사의 전화기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면서 나왔다. 2007년 대선 이전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서였다.

녹음된 통화는 또 다른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혔다. 녹음 내용에 따르면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당시 대법관이던 질버트 아지베르 치안판사와 연락을 취하면서 수사 정보를 건네주는 대가로 모나코에 고위직을 마련해줄 것을 약속했다. 당시 사르코지가 요구한 건 화장품 기업 로레알의 상속녀 릴리앙 베탕쿠르로부터 받은 정치자금 수사에 관한 정보였다.

시간이 지나 베탕쿠르 사건 수사는 무혐의로 끝났으나 이 녹음 내용으로 사르코지는 부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새로운 혐의를 받게 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법원은 녹음내용 당사자인 담당 변호사와 아지베르 판사를 법정에 세우라고 명령했다. 여기에 사르코지 측은 도청이 불법이라며 명령 취소를 주장하고 나섰으나, 이번 판결로 자신도 법정에 설 가능성이 커졌다.

사르코지가 받고 있는 혐의는 그뿐만이 아니다. 발표에 따르면 경찰은 사르코지가 2013년과 2014년 사이 ‘폴 비스무스’라는 이름으로 사용한 소위 ‘대포’ 선지불 휴대폰에도 도청장치를 설치했다. 조사 결과 자신도 모르게 이름을 도용당한 ‘진짜’ 폴 비스무스는 사르코지 담당 변호사의 지인으로 이스라엘에서 일하던 부동산업자였다.

이번 판결에 따라 사르코지가 올해 안에 법정에 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11월에 있을 공화당 경선 출마도 불투명해졌다. 현재 경쟁자로 여겨지는 알렝 쥐페 전 총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사르코지를 크게 앞서고 있다. 사르코지는 현재 자신을 향한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