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서울병원 14년 만에 정신건강센터로 재탄생... 가벼운 스트레스도 진료한다

입력 2016-03-23 15:29
서울 광진구 용마산로에 위치한 ‘국립서울병원’은 그동안 이름만으로는 무슨 치료를 하는지 짐작키 어려운 곳이었다. 1960년대부터 정부가 운영해온 정신질환 전문병원이지만 동네에서 거부감을 표시해 2002년부터 이름에서 ‘정신’이라는 말을 지웠기 때문이다. 국립서울병원이 25일 제 이름을 되찾아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새롭게 문을 연다.

21일 찾아간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이름만 바뀐 게 아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외벽 대부분을 유리창으로 꾸민 새 건물이다. 옛 병원 신관을 허물고 지상 12층, 지하 3층, 면적 4만7303㎡ 규모로 지었다.

실내 어디서나 바깥세상이 보여 통념상 정신병원의 어둡고 낡은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통유리를 통해 안으로 들어온 햇빛은 흰색 벽에 반사돼 환한 조명 역할을 했다. 벽과 바닥 곳곳이 연두 노랑 분홍 등 파스텔톤으로 칠해져 있었다. 하규섭 정신건강센터장은 “창문에 쇠창살 대신 의자를 던져도 꿈쩍 않는 강화유리를 설치했다”면서 “밝은 분위기와 환자 안전을 위해 수차례 재설계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정신건강센터는 재탄생을 계기로 역할도 재정립했다. 지금까지는 만성·중증 정신질환자와 알코올 중독자 등을 치료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앞으로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가벼운 정신질환까지 돌본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분장애과’ ‘불안스트레스과’ 등 진료과를 신설했다. 과도한 스트레스나 우울 증상이 나타날 때 동네 병원에서 감기 환자를 보는 것처럼 외래 진료와 치료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정신질환자 상당수가 ‘몸의 아픔’을 함께 호소한다는 점을 고려해 ‘건강증진과’도 새로 만들었다. 정신질환자의 신체 건강도 이곳에서 챙긴다는 얘기다. 과거엔 정신질환 환자가 골절상을 입으면 일반 병원에 보냈지만 앞으로는 이곳에서 정형외과 치료까지 제공한다.

이밖에 자살 시도, 공황장애 등으로 치료가 시급한 환자를 위한 ‘정신응급진료실’, 소아·청소년 환자에게 학력이 인정되는 수업을 제공하는 ‘병원학교’, 사이코드라마 전용 극장인 ‘마음극장’도 센터에 들어섰다. 정신질환 환자가 감염병에 걸렸을 경우에 대비한 음압병실도 10개 마련했다.

정신건강센터는 무엇보다 저소득층의 정신건강을 책임지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하 센터장은 “저소득층은 우울증이 생기면 병인지 모르고 치료받으면 낫는다는 사실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학병원보다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