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원 “韓 경제는 그레이 스완 상태…생산성 향상 힘써야”

입력 2016-03-23 15:00 수정 2016-03-23 15:04
국민일보DB

한국은행 정순원 금융통화위원(사진)은 23일 “최근의 한국경제 상태는 그레이 스완(gray swan)이라는 용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생산성 회복을 통한 성장잠재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레이 스완은 어느 정도 예측가능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위험이 남아 있는 상태 또는 사건을 일컫는다.

정 위원은 이날 낮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가진 금통위원-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중국 금융시장, 국제유가 등 그간 불확실성 요인들이 최근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시장에는 아직 다양한 형태의 잔불이 남아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정 위원은 ‘그레이 스완’ 상황은 지난 30여년에 걸친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전 20년간의 대안정기에 중국 및 동유럽의 글로벌 시장 편입에 따른 세계경제 호황, 같은 기간 금융산업과 금융기법의 발전 등으로 세계경제는 금융 측면과 긴밀히 연결됐다고 부연했다. 2007~2008년에 선진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는 글로벌 차원에서 오래 누적된 실물과 금융 부문의 불균형을 간과한 데서 비롯됐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정 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대규모 완화적 거시경제정책으로 새로운 불균형이 축적되면서 거시경제적 조정이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최근 금융시장 내 변동성 확대, 전세계적 성장세 둔화, 원자재가 하락 등이 초래됐다는 것이다.

그는 유럽과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단행을 예를 들면서 “구조적 문제에서 야기된 경기침체에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언급한 뒤 궁극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 위원은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경제 환경 속에서 세계경제가 견조한 성장궤도로 재진입하기 위해서는 선진국, 후진국 할 것 없이 단기적인 경기회복세 유지를 조화롭게 추진하는 가운데, 보다 장기적인 시계에서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수요회복과 공급개선을 동시에 추진해야 소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향후 10년간 디지털 경제로의 이행이 가속화되면서 기존의 교역재 시장은 위축되고 서비스업 등 비교역재 시장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구조개혁과 규제완화 등을 통해 서비스업 및 첨단 산업을 육성하는 등 성장모멘텀 발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