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조, 경영위기 아랑곳하지 않아 비난… 정치활동, 호텔 이용권 요구

입력 2016-03-23 14:56
현대중공업 노조의 행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회사는 조 단위의 적자 늪에 빠져 절체절명의 위기지만 노조는 이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친노조 성향 총선 후보 당선을 위한 지원 전략에만 고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현대중공업 등에 따르면 회사 경영진은 지난해 11월부터 비용절감에 골몰하고 있다. 사무직 직원 13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긴축경영체제를 선언하고 각종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정치판으로 끌고 가고 있다. 현대중공업노조는 4·13 총선에서 동구 출마 예정인 무소속 김종훈(51) 후보를 지지키로 했다. 백형록 노조위원장은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총선 투쟁에 나서게 됐다”며 “울산 동구 최초의 진보 국회의원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노조가 조합원을 위한 활동은 하지 않고 국회의원 선거 운동만 하고 있어 정말 실망했다’는 등의 글이 올라오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새글을 올리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또 인력 전환배치 반대와 사외이사 추천권 주장 등으로 사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작업물량이 부족한 부서의 직원을 작업량이 많은 부서로 배치해 위기극복에 전력을 다하려는 회사의 노력에 반기를 들고 서명운동과 반대집회를 벌이고 있다.

노조는 더 나아가 최근 종료된 노사협의회에서 회사 발전에 노력한 점을 인정해 퇴직자들에게 평생 호텔 할인권을 제공할 것 등을 요구했다. 회사가 운영하는 현대호텔 연 2회 무료 이용권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은 창립 44주년을 하루 앞둔 22일 공동 담화문을 통해 “노조가 회사를 분열과 대립의 구도로 가져가겠다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회사를 정치판으로 끌고가려 한다”며 “경쟁사 노조의 행동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 이라고 지적했다.

일반 노조원들 사이에서도 “회사가 절체절명의 위기속에 빠져있는데 도대체 노조는 뭘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