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갑탄 방호용 방탄복이 보통탄 방호용 방탄복으로 둔갑했다.”
뇌물과 재취업 보장이라는 방위사업업체의 '유혹'에 군이 넘어간 것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6~9월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등을 대상으로 방탄복 등 전력지원물자 획득비리 기동검점을 실시한 결과 이같은 내용을 비롯해 총 11건의 감사결과를 시행했다고 23일 밝혔다.
군은 2007년 12월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5년간 총 28억여원을 투입해 첨단나노기술을 적용한 '액체방탄복'을 개발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2010년 11월 액체방탄복은 공인 시험기관에서 기존 방탄복 관통을 위해 개발된 저격용 철갑탄에도 견디는 방호성능을 입증했고, 개발 완료단계에 도달한 국방부는 조달계획까지 수립했다.
그러나 2011년 10월 군은 갑작스레 철갑탄 방호용 액체방탄복의 조달계획을 철회하고, 업체투자 연구를 통해 '다목적방탄복'을 개발해 신형 방탄복으로 보급하기로 했다.
방탄복 생산업체 S사는 대령급 이상 21명을 포함해 29명의 군 출신 인사들이 재취업해 있어 군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회사다.
군 인사들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국방부 고위장성 B씨에게 접근한 S사는 2011년 8월 자신들이 다목적방탄복 공급을 독점할 수 있게 해달라고 청탁했다.
이에 B씨는 S사의 요구대로 철갑탄 방호용 방탄복 조달계획을 백지화하고, 민간업체가 조달한 방탄복을 수의계약으로 구입하기로 결정했으며 성능 기준도 보통탄 방호 수준으로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그 대가로 S사는 B씨의 아내를 계열사에 위장취업시켜 2014년 3900만원의 금품을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또다른 육군 소속 인사인 F씨는 방탄복 성능 기준 등의 국방부 내부정보를 S사에 제공하고 5100만원의 금품을 수수했으며 나중에는 S사 이사로 취업하기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의 적극적인 협조 속에 '뚫리는 방탄복'으로 문제가 됐던 S사는 신형 방탄복의 독점공급자로 선정돼 2014~2025년 30만8500개의 방탄복을 공급하는 총 2700억원 규모의 대형계약을 따냈다. 이 가운데 260억원 규모의 방탄복 3만5000여개는 이미 납품이 완료된 상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철갑탄 방탄복이 보통탄 방탄복으로 둔갑” 달콤한 유혹에 넘어간 軍
입력 2016-03-23 1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