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극제, 논란과 침체에서 벗어나 활력 찾을까

입력 2016-03-23 07:48

2015 서울연극제는 논란의 한가운데 있었다. 지난 2014년 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산하 한국공연예술센터의 이듬해 대관 공모에서 탈락한 것이다. 1977년 설립 이후 서울연극제가 대관 심사에서 떨어진 것은 처음이었다.

이에 대해 서울연극제를 운영하는 서울연극협회는 “연극 탄압”이라고 반발하며 재심의와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는 한편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궐기대회 개최, 한국공연예술센터 고소 등으로 강도 높게 대응했다. 예술위는 처음엔 서울연극제의 대관 공모 탈락의 이유로 부실한 서류 제출과 성과 부족 등을 이유로 반박했지만 결국 연극계의 의사를 일부 수용,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과 소극장을 서울연극제가 사용할 수 있도록 수시 대관 일정을 조정해 줬다.

하지만 4월 초 서울연극제 개막을 불과 이틀 앞두고 예술위는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의 안전 문제로 한달 가까이 극장을 폐쇄한다고 서울연극협회에 통보했다. 서울연극협회와 예술위는 또다시 서로를 비난하는 등 갈등을 겪었고 서울연극제는 결국 일부가 파행이 됐다.

37회를 맞는 올해 서울연극제는 서울연극협회 집행부가 바뀌면서 재정비를 추구하고 나섰다. 4월 4일~5월 8일까지 대학로를 비롯해 서울 주요 공연장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는 공식선정작 8편과 젊은 연출가전 ‘미래야솟아라' 9편을 포함해 총 47편의 작품이 대학로 주요 공연장에서 펼쳐진다.

서울연극제의 얼굴에 해당하는 공식선정작 8편에는 창작공동체 아르케의 ‘소풍'(4월 7~17일 동양예술극장 3관), 극단 백수광부 창단 20주년 기념 공동창작극 ‘햄릿아비'(4월 8~17일 SH아트홀), 극단 종이로만든배의 ‘내 아이에게'(4월 6~17일 예그린시어터), 극단 바바서커스의 ‘연옥'(4월22일~5월1일 예그린시어터), 극단 대학로극장의 ‘장판'(4월22일~5월1일 SH아트홀), 극단 시선의 ‘일물'(4월21일~5월1일 동양예술극장 3관), 극단 한양레퍼토리의 ‘잔치'(4월29일~5월7일 남산예술센터), 극단 앙상블의 ‘다목리 미상번지'(4월29일~5월7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가 선정됐다.

올해 서울연극제에서 눈에 띄는 것은 1998~2000년 연출가 손진책 이후 폐기됐던 예술감독제를 다시 도입한 것이다. 극단 작은신화를 이끄는 연출가 최용훈(사진 왼쪽)이 2년간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게 된다. 송형종(사진 오른쪽) 서울연극협회 회장은 22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6년 만에 예술감독제를 부활하는 이유는 변화된 시대 환경에서도 우수한 작품을 화수분처럼 배출하겠다는 의지의 상징”이라고 밝혔다.

서울연극제는 내년엔 더 큰 변화를 맞게 된다. 서울연극제와 함께 진행되던 다양한 프로그램을 분리시켜 공식선정작 부문만을 운영한다. 특히 지난 6년간 창작 초연작만을 대상으로 했지만 방침을 바꿔 창작과 번역, 초연과 재연을 모두 포함해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정하기로 했다.

사실 서울연극제는 지난 6년간 창작극 진흥을 위해 창작 희곡을 대상으로 심사하다보니 실상은 희곡 경연제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무대화된 공연이 질적 완성도를 담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연극제가 한국공연예술센터의 대관심사에서 떨어진 뒤 열린 연극계의 긴급토론회에서도 극장의 공공성과 함께 서울연극제의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송형종 회장은 “창작초연 작품에 기반을 둔 전국연극제가 올해 ‘대한민국연극제'로 명칭을 변경하고, 서울 작품이 34년 만에 다시 참가하게 된 만큼 서울연극제는 창작희곡에 제한을 두지 않고 그야말로 가장 우수한 작품을 관객에게 소개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