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긴장감 최고조 달한 대구 동을 유승민 선거사무소

입력 2016-03-22 16:44

‘결정의 시간’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승민 의원 선거사무소에서도 긴장감이 최고조로 올랐다.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유 의원이 걱정돼 들렀다는 지지자들의 걸음은 하루 종일 계속됐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유 의원 공천여부를 끝까지 결정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지면서 격정을 토하는 지지자들도 보였다. 그러나 당의 결정유보가 일주일 넘도록 이어지면서 대부분 피로가 쌓인 모습이었다.

◇당에 대한 불만 고조=22일 대구 용계동에서 만난 한 새누리당 지지자는 “당이 박근혜 대통령과 유 의원을 놓고 우리더러 선택하라 강요하고 있다”고 대뜸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우리는 둘 모두를 좋아하는데 왜 이런 억지선택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싫지만 유 의원을 대놓고 배척하는 것도 못마땅하다는 뜻이다.

자영업을 하는 황모(65)씨는 “공관위는 유 의원과 이재만 전 동구청장을 놓고 경선이라도 붙였어야 했다. 아무리 텃밭이라 해도 당이 유권자를 너무 무시하는 처사”라고 했다. 그는 “진박(진실한 친박근혜) 논란에서 유 의원 고사작전까지 모두 대구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당이 대구 유권자를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유 의원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한구 공관위원장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다. 유 의원 선거사무소에서 뉴스를 지켜보던 한 지지자는 “이한구(위원장)가 지역구 관리를 엉망으로 해서 지금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선거에서 어려움을 겪는데 자기반성은 전혀 없다”고 했다.

◇유 의원 거취에 촉각=대구 동을에선 총선 분위기마저 완전히 실종됐다. 유 의원이 지난 15일 이후 칩거상태에 돌입하면서 캠프에서도 선거운동에 손을 놓고 있다.

그러나 칩거 이후 유 의원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선거사무소에는 매일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문의가 폭주한다고 한다. 유 의원 홈페이지는 비박(비박근혜)계 물갈이가 시작된 지난 14일 이후 접속자 폭주로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매일 발생하고 있다.

때문에 지역주민들 사이에선 유 의원이 결국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유 의원 선거사무소에는 새누리당 탈당 절차를 문의하는 전화도 잇달았다. 무소속 출마를 하려면 23일 자정까지 탈당계를 제출했다는 확인서와 유권자 300~500명의 추천서가 있어야 한다. 캠프 관계자는 “탈당은 시당위원회에 탈당계만 제출하면 된다고 한다. 별다른 절차가 필요 없다”고 했다. 유 의원 측에선 지지세를 감안하면 유권자 추천서 모집 역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 의원 거취에 대한 갑론을박도 벌어졌다. 한 지지자는 “이미 탈당의 명분은 충분히 쌓았다. 소신을 지키려면 자신 있게 나와 무소속 출마를 선언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유권자는 “유 의원이 진정 당을 위한다면 분란을 그만 일으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유 의원 공천 상황이 궁금해 선거사무실에 들렀다는 조모씨는 무소속 출마 때도 유 의원을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아이고, 아이고”라며 한숨만 연발했다.

◇유승민은 침묵 중=유 의원 측은 “끝까지 당의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그러나 유 의원은 최고위 결정 유보로 공천 탈락이 확정되지 않은 김희국·이종훈 의원 등 측근들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원 측 관계자는 “어찌됐건 내일은 결정을 해야 하는데 함께 행동하는 게 옳은지 각자도생해야 하는지 상황별 시나리오에 대해선 서로 공유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유 의원과 기자들의 숨바꼭질도 계속됐다. 취재진은 유 의원 거처를 찾기 위해 대구 지역 내 대형 호텔과 교회, 성당, 사찰 등을 돌아다녔지만 실패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