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4·13 총선 새누리당 공천은 이미 낙제점을 받았다. ‘상향식 공천’이라는 정치혁신 기치를 내걸었지만 공천 결과는 4년 전에 비해 질적으로 후퇴했다는 혹평 일색이다. 특히 원칙 없는 전략공천은 ‘밀실·보복공천’ 논란으로 역풍을 몰고 왔다.
◇누더기된 상향식 공천=22일 현재까지 공천 결과는 “정치생명을 걸고 전략공천을 막고 상향식 공천제를 지키겠다”던 김무성 대표의 공언을 무색케 한다. 공천관리위원회가 경선 지역으로 선정한 곳은 전체 249개(유승민 의원 지역구 대구 동을 등 제외) 지역구 중 141곳에 그쳤다. 나머지는 단수추천 96곳, 우선추천 12곳이다. 사실상 전략공천 성격의 공천이 108곳이나 되는 것이다. 상향식 공천을 못박은 당헌·당규 개정까지 이뤄졌지만 전략공천이 40%를 넘어 과거보다 ‘내려 꽂기’ 공천이 더 많았던 셈이다. 상향식 공천도 현역 의원이 70% 이상 승리하면서 ‘정치 신인의 무덤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했으며, 여론조사 경선을 둘러싼 각종 잡음도 이어졌다.
김회선 클린공천지원단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론조사 경선 등에 관한) 탄원서가 90여건이 접수돼 탄원 내용이 경선 결과를 바꿀 수 있는 내용인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칙 없는 우선추천 공천=당헌·당규는 단수추천은 공천신청자가 1명이거나 복수의 신청자 중 1명의 경쟁력이 월등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단수추천 96곳 중 신청자가 1명인 곳은 47곳뿐이었으며, 몇몇 지역은 사전 여론조사에서 1위 후보가 아닌 하위 후보가 추천된 곳이 적지 않았다. 여성 우선 추천 지역도 마찬가지다. 여성 후보 신청이 한명도 없었던 대구 수성구을이 ‘여성우선 추천지역’으로 지정돼 주호영 의원이 공천배제(컷오프)된 게 대표적 사례다.
특히 단수·우선추천이 청와대와 여권 주류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새누리당 공천은 ‘국민공천이 아닌 박심(朴心)공천’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공천 기준 논란=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컷오프 기준으로 ‘품위에 적합하지 않는 사람’ ‘당 정체성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 ‘편한 지역의 다선 의원’ 등 세 가지 유형을 제시했다. 하지만 ‘누구에게’ ‘어떻게’ 적용했는지 판단하기 힘든 결과가 이어지면서 당직자들 사이에서조차 새누리당의 공천 기준은 ‘이한구 맘대로’라는 말이 나았다. 특히 ‘밀실공천’ 논란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은 이은재 전 의원을 서울 강남병에 여성우선 추천을 통해 공천 확정한 것이다. 이 전 의원은 2012년부터 한국행정연구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법인카드를 유용한 사실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났고, 비례대표 의원이었던 2009년엔 ‘용산참사’를 ‘용산 도심 테러’로 지칭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당 핵심관계자조차 “도덕성 논란에 이미 비례대표까지 지냈던 인사를 텃밭인 강남에 우선 추천하는 것을 유권자들이 이해할 수 있겠냐”고 반문할 정도다.
◇유승민 ‘고사작전’에 패자부활전 논란도=일주일 이상 공관위가 유승민 의원의 공천 여부를 결론을 미루면서 ‘공당(公黨)이기를 포기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연일 공관위와 최고위원회가 “아무도 건드리기 싫어하는 폭탄”이라며 유 의원 거취 결정을 떠넘기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3·15 학살’로 불리는 유승민계와 비박(비박근혜)계 대거 공천배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친박계 후보들이 경선에서 줄줄이 탈락하는 역풍을 몰고 왔다.
특정 계파 구제 목적의 ‘돌려막기 공천’이라는 해괴한 행태도 잇따랐다. 최고위는 지난 21일 서울 서초갑 경선에서 이혜훈 전 의원에게 패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다른 지역구에 공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제안은 조 전 수석의 고사로 해프닝으로 끝났다.
앞서 경선 대상에서 제외된 친박계 중진 황우여 의원의 경우 지역구를 인천 서을로 바꿔 공천을 받았다. 또 지난 1월 대구에선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달성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갑자기 중·남로 옮겨갔고, 달성엔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이 뒤늦게 출사표를 던져 단수추천공천을 받았다.
한장희 이종선 기자 jhhan@kmib.co.kr
새누리당 삼류 공천 결산
입력 2016-03-22 1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