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셀프 공천’ 논란으로 촉발된 더불어민주당 당내 갈등은 22일 김 대표 사퇴설까지 흘러나오며 극한으로 치달았다. 비례대표 추천을 둘러싼 혼선이 시작된 지난 20일부터 당 안팎에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끝없이 전개되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20일 오전 비대위 회의였다. 비대위는 김 대표를 2번에 배치하는 내용이 담긴 비례대표 공천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남성 후보 최상위 순번인 ‘2번’을 배정받은 것에 불만이 터져 나왔고, 일부 후보자들에 대한 자질 시비까지 불거졌다. 당 전체가 격랑에 휩싸이는 신호탄이었다.
바로 그날 더민주는 중앙위를 열어 비대위가 마련한 비례대표 후보군을 토대로 비례 순번을 확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앙위원들이 강력 반발하는 바람에 명부 확정이 무산됐고 김 대표는 이에 다시 격하게 화를 냈다. 그는 이날 밤 언론 인터뷰를 통해 “2번을 하든 10번을 하든 무슨 차이가 있는가”라며 “도와주려고 하는 건데 필요 없다고 하면 (대표를) 안 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당무 거부에 들어간 김 대표는 다음 날 오전에도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사람을 갖다가 인격적으로 그 따위 식으로 대접하는 그런 정당에 가서 일을 해주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총선 이후 내가 나오면 이 당이 제대로 갈 것 같냐”고도 했다.
김 대표의 반응 이면엔 비대위원들을 향한 배신감, 친노(친노무현)·운동권 출신들의 ‘계파 패권주의’에 대한 경계심 등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중앙위에서 비례대표 순번 투표가 무산된 것과 관련, “패권을 하려면 잘하라고 해”라며 노기를 터뜨리기도 했다.
비대위는 결국 김 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여론의 역풍을 차단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비대위원들은 김 대표 순번을 ‘14번’으로 조정하는 내용 등이 담긴 수정안을 내놓았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김 대표를 만나 수정안 수용을 요구했지만 설득에 실패했다.
민주는 중앙위를 속개했고, 중앙위원들은 비례 순번 지정 문제를 김 대표에게 위임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며 봉합에 나섰다. 갑자기 친노(친노무현) 진영을 중심으로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김 대표를 2번에 배치하는 게 맞다는 ‘옹호론’도 등장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22일 오전 열릴 예정이던 비대위에 다시 불참하며 당무 거부를 이어갔다. 대표직 사퇴를 결심했다는 말까지 나돌면서 당 안팎은 크게 술렁였다. 급기야 낮에는 경남 창원에 있던 문재인 전 대표가 급거 상경해 김 대표를 만나 사퇴를 만류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결국 김 대표가 오후에 열린 비대위 참석하면서 ‘비례대표 공천 파행 사태’는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 내홍이 완전히 수습될지는 미지수다. 당내 갈등이 재연돼 김 대표가 대표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던진다면 야권의 총선 전망은 안개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셀프 공천서부터 김종인 사퇴설 나오기까지
입력 2016-03-22 1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