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성관계 영상을 공개한 인터넷 언론사 ‘거커’(Gawker)와의 소송에서 승소해 1억4010만 달러(약 1620억원)의 천문학적인 보상금을 손에 쥔 프로레슬링 스타 헐크 호건의 사례가 유명인사의 가십에 매몰된 타블로이드 매체에 경종을 울렸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호건은 지난 18일 플로리다주 피넬라스 카운테 법정이 거커에 1억1500만달러의 손해보상금 지급 판결을 내린데 이어 이날도 2510만달러의 징벌적 배상금을 추가로 선고함에 따라 거액의 보상금을 거머쥐게 됐다. 법정은 거커의 창업자인 닉 덴턴과 전 편집장 AJ 덜레이로가 호건의 성관계 영상을 수백만 네티즌들에게 유출한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호건은 거커가 동의 없이 인터넷에 공개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었다. 30분짜리 영상에는 호건이 2007년 친구인 라디오 DJ 버바 클렘의 동의 아래 그의 부인 헤더와 성관계 하는 장면이 담겼다. 거커는 2012년 이 영상을 편집해 기사와 함께 온라인에 올렸고 500만 뷰 이상의 큰 화제를 모았다.
WP는 “이번 판결은 법조계가 인터넷 시대를 맞아 ‘국민의 알권리 및 언론의 보도권’보다 ‘개인정보와 인권 보호’에 더 힘을 실어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적극적인 가십 사이트 등 타블로이드 매체 뿐 아니라 언론계 전반에 ‘쿨링 이펙트’(cooling effect·냉각효과)를 안겼다고 분석했다.
인터넷 뿐 아니라 각종 소셜미디어가 일반화되면서 많은 이들이 자신들이 공개하고 싶지 않은 이미지 등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불안과 우려를 갖고 있다. 사만다 바르바스 버팔로 주립대 법학 교수는 이와 관련해 “(이번 판결이) 문화적 분위기의 변화를 나타내는 매우 중요한 사례”라면서 “혐오스러운 정보를 공공 영역에 쏟아내는 언론의 방식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헐크 호건의 '성관계 영상' 1억달러 승소, 가십 미디어와 국민 알권리에 경종
입력 2016-03-22 1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