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대구 남부교회 이국진 목사, '나의 믿음 없는 것을 도와주소서'

입력 2016-03-22 14:12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말이 있다. 공자가 정치가 무엇이냐는 자공의 질문에 대답한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정치란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군대를 충분히 하고(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民信)인데 그 가운데 부득이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군대를 포기할 것이고, 나머지 둘 가운데 하나 더 포기해야 한다면 식량을 포기해야 하겠지만, 절대로 믿음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믿음이 없으면 아무 것도 서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했다고 한다.

성경에서도 믿음의 중요성을 아주 강조하고 있는데 사랑은 모든 것을 믿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기도 하다. 어떤 종류의 사랑이든지 믿는 것이 없이 사랑은 불가능한 것이다. 남편과 아내의 관계에서도 믿어주는 일이 필요하고,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도 믿어주는 일이 필요하며, 어떤 단체에서도 믿어주는 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주 심각한 정신적 질병으로 의부증, 의처증이라는 것이 있는데 배우자를 병적으로 의심하는 증세를 말한다. 만일 나의 배우자가 나에 대해서 병적인 의심을 하고 있다면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이뤄 나가는 것이 정말 힘들 것이다. 그런 가정은 행복할 수 없다.

만일 서로 믿고 신뢰한다면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만나더라도 그러한 난관을 충분히 극복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아무리 작은 어려움도 결코 이겨낼 수 없을 것이다. 사실 문제가 닥쳤을 때 전혀 극복할 수 없게 되는 이유는 문제 그 자체라기보다는 그 문제로부터 야기된 불신이 극복할 힘을 소진시켜버리기 때문일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신앙생활에 있어서 믿음은 주님의 풍성함에 참여하는 길이다. 아무리 주님이 능력의 주님이고 주님께는 부족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 하더라도 주님을 불신해 주님에게 나아가지 않으면 주님의 풍성함을 전혀 맛볼 수 없다. 예수님은 수많은 병자들을 고치셨고, 죽은 자를 살리시기도 하셨다. 하지만 고향에서는 예수님께서 많은 기적을 행하지 않으셨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마태복음 13장 58절) 아무리 주님이 능력이 많아도 믿지 못하는 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예전에 나는 위궤양으로 무척 고생을 한 적이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인가 2학년 때인가부터 위궤양을 앓고 살았는데 거의 마흔이 다 될 때까지 위궤양으로 고생하면서 지냈다. 그 동안 온갖 약을 다 써보았지만 병이 낫지 않았었다. 그러던 내가 위궤양이 낫게 된 것은 어느 의사 덕분이었다. 그분은 내게 3가지 종류의 약을 하루에 세 번씩 일주일 동안 복용하라고 처방해주었다. 그래서 내 속에 있는 헬리코박터균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분의 지시대로 철저하게 시간을 맞춰 일주일간 약을 복용했다. 그러자 그 뒤로 위궤양의 증상이 말끔히 사라져 버렸다. 예전에 배가 아파 새벽 1시나 2시에 일어나 배를 움켜잡고 고통스러워서 울부짖었던 기억이 끔직한데 그분의 지시대로 약을 복용했더니 깨끗이 나은 것이었다. 그런데 사실 그분은 그 동네에서 돌팔이 의사로 알려져 있던 분이었다. 그 의사에게 가보았자 병이 잘 낫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어서 사람들은 대부분 그 의사에게 가지 않았고, 가려는 사람들을 향해서도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면서 막곤 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줄 모르고 갔다가 25년 정도 앓던 위궤양을 깨끗이 치료받게 된 것이다.

그렇다. 아무리 훌륭한 의사가 있어도 그리고 나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그런 놀라운 의사가 있어도 그를 신뢰하지 않고 찾아가지 않으면 병을 치료받을 수 없다. 물론 우리는 아무나 믿어서는 안 된다. 사실 우리의 문제는 믿어야 할 것보다는 믿어서는 안 되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세상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눈을 뜨고도 코를 베어가는 세상에서 우리는 믿음보다 의심이 훨씬 더 필요한지 모른다. 섣불리 믿었는데 그 사람이 사기꾼이면 큰 낭패를 보게 될 것이고, 보이스피싱에 걸려들면 재정적인 손실을 크게 볼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의 문제는 믿어야 할 것은 믿지 않고 믿지 말아야 할 것은 믿는 데 있다. 사기꾼의 말에는 쉽게 넘어가고 거짓 종교의 속임수에는 쉽게 빠지는데 정말 믿어야 할 것은 믿지 못하고 증거를 내놓으라고 하면서 결단코 믿지 않으려는 어리석음이 우리들의 문제이다.

우리는 하나님을 믿어야 한다. 하나님을 믿는다면 우리는 무서울 게 없다. 신앙생활은 사람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을 보고 하는 것이다. 사람을 보면 100% 실망하고, 사람을 의지하면 100% 망한다. 사람은 우리가 의지할 대상이 아닌 것이다. 시편 146편은 이렇게 노래한다. “귀인들을 의지하지 말며 도울 힘이 없는 인생도 의지하지 말지니 그의 호흡이 끊어지면 흙으로 돌아가서 그 날에 그의 생각이 소멸하리로다. 야곱의 하나님을 자기의 도움으로 삼으며 여호와 자기 하나님에게 자기의 소망을 두는 자는 복이 있도다.” 하나님은 누구이신가? 우리를 살리기 위해 그 아들을 십자가에 내어주신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이 아닌가?

만일 우리에게 믿음이 부족하다면 간질병에 걸린 소년의 아버지가 예수님께 간구했던 것처럼 구해야 할 것이다. “내가 믿나이다. 나의 믿음 없는 것을 도와주소서.” 이것이 오늘 우리가 드려야 할 기도다.



이국진 목사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