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21일(현지시간)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양국의 오랜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화해의 시대로 나아가자고 선언했다. 두 정상은 그러나 쿠바에 대한 미국의 금수조치 해제와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반환, 쿠바의 정치 민주화와 인권문제 등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카스트로 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대쿠바 봉쇄정책을 해제한 것을 지지한다”면서 “그러나 금수조치와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가 미국과 쿠바 관계 정상화의 걸림돌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명령으로 내려진 제재 조치는 대폭 해제됐다고 밝혔으며, 대부분의 경제·무역 제재를 해제하는 권한은 공화당이 장악한 미국 의회가 쥐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서 “미국 의회가 얼마나 빨리 금수조치를 해제할지는 쿠바 정부가 인권문제에 대한 우려를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달려있다”며 “미국 정부는 쿠바의 민주주의와 인권개선을 위해 계속 목소리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카스트로 의장은 “만일 쿠바에 정치범이 있다면 명단을 제시해보라”며 “보편적 건강보험과 교육, 동일임금을 실시하고 있는 쿠바에게 미국이 인권을 가르칠 자격이 있느냐”고 쏘아붙였다.
양국 정상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쿠바에 대한 금수조치 해제가 시간문제라고 판단한 일부 미국 기업들은 쿠바 진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호텔체인사업체인 스타우드는 쿠바의 유서깊은 ‘호텔 잉글라테라’의 경영권을 쿠바정부로부터 인수했다. 1886년 쿠바의 수도 하바나에 문을 연 이 호텔은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가 1895년 종군기자 시절 스페인 식민지배에 항거하는 쿠바 봉기를 취재하기 위해 들렀다가 묵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쿠바의 금수해제를 지지하는 단체 ‘인게이지 쿠바’의 제임스 윌리엄스 대표는 “금수 해제는 시간 문제”라며 “(호텔 잉글라테라 인수가) 되돌릴 수 없는 일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양측이) 협상 사실을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 방문 직전 미국과 쿠바 간 거래와 교역을 촉진하기 위해 쿠바가 미화를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순방 3일째인 22일에는 쿠바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쿠바의 인권운동가들을 만나기로 했다. 또 알리시아 알론소 국립극장에서 쿠바 국민들에게 생중계 연설을 할 계획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쿠바의 미래는 쿠바 국민들 손에 달렸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문화교류차원에서 쿠바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메이저리그 플로리다의 탐파 베이와 쿠바의 국가대표팀간 야구경기도 관람할 예정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오바마-카스트로 정상회담서 새로운 화해의 시대 선언
입력 2016-03-22 1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