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10년 이상 아내를 속여 가며 불륜을 저질러온 50대 남편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남편 A씨가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두 사람은 1987년 결혼했다. 그러나 A씨는 2001년부터 다른 여성과 불륜에 빠졌다. 혼외자녀까지 낳았다. 외도사실을 알게 된 B씨는 A씨에게 ‘다시는 어떤 여자와도 업무 외적 만남이나 통화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다짐을 받고서 결혼생활을 계속 이어나갔다.
하지만 A씨는 몰래 내연녀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다. 2012년 B씨는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를 통해 A씨와 지인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됐다. 내연녀와 이메일 등으로 연락을 하고 있으며 혼외자녀에게는 선물을 줬다는 내용이었다. B씨가 이를 추궁하자 남편은 “기왕이면 대신 혼외자녀를 챙겨주면 안 되겠냐”는 말도 했다.
갈등이 깊어지자 A씨는 집을 나왔다. B씨는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바꾸고, 자신의 명의로 된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A씨는 B씨가 땅을 처분할 것을 우려해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 신청을 내고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이혼소송이 제기되는 중에도 애정을 표현하는 등 관계가 회복될 여지가 있고, 재산 문제 또한 혼외자녀에게 재산이 넘겨질지 모른다고 우려한 B씨의 조치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두 사람의 혼인관계가 이미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이 A씨에게 있고,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일 만한 예외적 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1·2심의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안 만난다" 해놓고는 불륜 지속한 남편…대법, "이혼청구 허용 안돼"
입력 2016-03-22 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