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21일(현지시간)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했다. 미국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기는 88년만이다. 두 정상은 그러나 쿠바에 대한 미국의 금수조치 해제와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반환, 쿠바의 정치 민주화와 인권문제를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은 이날 아바나 혁명궁전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과거의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화해의 시대로 나아가자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스페인어로 “오늘은 양국 관계에 새로운 날(nuevo dia)”이라며 “쿠바의 운명은 다른 나라가 아니라 쿠바인들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카스트로 의장은 미국의 여성 수영선수 다이애나 니아드(64)가 2013년 쿠바 아바나에서 플로리다까지 횡단한 사례를 거론하면서 “그녀가 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며 관계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두 정상은 양국 관계 정상화의 걸림돌이 되는 몇몇 주요 현안을 놓고는 현격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카스트로 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대쿠바 봉쇄정책을 해제한 것을 지지한다”면서 “그러나 대쿠바 금수조치와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가 미국과 쿠바 관계 정상화의 걸림돌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명령으로 내려진 제재 조치는 대폭 해제됐다고 밝혔으나, 대부분의 경제·무역 제재를 해제하는 권한은 공화당이 장악한 미국 의회가 쥐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서 “미국 의회가 얼마나 빨리 금수조치를 해제할지는 쿠바 정부가 인권문제에 대한 우려를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 회담에서 쿠바의 민주주의와 인권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한 논의를 했다”면서 “미국 정부는 쿠바의 민주주의와 인권개선을 위해 계속 목소리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카스트로 의장은 기자 회견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만일 쿠바에 정치범이 있다면 명단을 제시해보라”며 쿠바에 정치범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오바마-카스트로 정상회담 "새로운 화해시대" 선언 : 금수 해제, 인권개선은 이견
입력 2016-03-22 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