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 유니언 스퀘어에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유력시되는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임퍼스네이터가 등장했습니다. 임퍼스네이터는 유명인을 따라하는 모델을 가리킵니다. 뉴욕의 재기발랄한 거리 예술가들이 트럼프라는 소재를 놓칠 리 없습니다. 트럼프 얼굴 가면에 붉은 넥타이, 두둑한 뱃살로 무장했습니다.
칼란 쉐라드란 이름의 이 뉴요커는 “트럼프를 때려 달라(Beat Up, Trump)”라는 라임 맞춘 골판지 간판을 들고 있습니다. 오른 팔을 들고 과장되게 걸으며 아돌프 히틀러 추종자들의 걸음걸이를 흉내 냅니다. 사람들이 스펀지 막대로 때리는 데 별로 아파보이지 않습니다. 셀카 찍는 젊은이들과 어깨동무하는 이 가짜 트럼프, 가운데 손가락 내미는 것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골판지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본 사람들은 헛웃음을 짓습니다. 트럼프와 셀카 찍기는 2달러입니다. 뺨 때리기는 4달러, 스펀지 막대로 때리기 5달러입니다. 세계 금융자본주의의 심장부, 뉴욕 답습니다.
때리는 것뿐만이 아닙니다. 진지한 트럼프 지지자를 위해 껴안기 7달러, 왈츠 8달러 메뉴도 있습니다. 트럼프에 오줌싸기는 300달러가 책정돼 있습니다. 심지어 성적 행위도 적혀 있는데 500달러를 넘어 2000달러 항목도 보입니다.
칼란 쉐라드는 20일(현지시간) 유튜브에 공유된 럽틀리 TV 영상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에 반대하는) 리버럴한 정견을 가질 수록, 스폰지 막대로 더 살살 때린다”고 말했습니다. 가장 좋은 건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전에서 낙마하는 것이란 의사도 숨기지 않습니다. 정치의 계절, 방에서 인터넷 댓글다는 것 보다 거리로 나오는 게 훨씬 유익합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