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중앙위원회가) 나를 욕심 많은 노인네처럼 만들었다”고 강하게 반발한 것은 친노(친노무현) 주류측의 ‘김종인 흔들기’에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비대위는 중앙위원들의 투표 거부를 초래됐던 비례대표 후보자 ‘그룹별 투표’를 백지화하는 ‘중재안’을 마련하며 내홍 진화에 나섰다.
김 대표는 21일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서울 종로구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자신의 비례대표 추천 방식을 ‘비토’한 중앙위원들을 향해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혁신위원회를 했던 그 사람(박우섭 인천 남구청장·중앙위원)이 나를 무슨 욕심 많은 노인네처럼 만들었는데, 그건 하나의 핑계일 뿐”이라며 “(나의) 정체성 문제 때문에 저러는 것인데, 왜 자꾸 다른 소리를 해서 사람을 이상하게 만드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당 주류 진영에 대해서도 “멀리, 길게 보지 않고 말초적인 것만 가지고 대단한 것처럼 한다. 사람을 제일 못 견디게 하는 게 인격모독”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또 김 대표의 비례대표 순번 후순위 배치 등을 요구한 비대위원들을 향해서도 “내가 임명한 사람들이지만, 백 퍼센트 신뢰하는 것이 아니다. 억지로 지금까지 끌고 온 것”이라고도 했다.
김 대표가 당내 주류 진영과 비대위를 향해 날이 선 말들을 던진 것은 자신을 중심으로 한 ‘총선 대오’를 흐트러뜨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표현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전과 달리 비대위 대표직 사퇴 의사라는 배수진을 치지 않은 것은 4·13 총선 후보 등록까지 불과 나흘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비대위가 해산될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을 본인이 져야 하는 부담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김 대표는 비례대표 선출과 관련한 책임을 중앙위에 모두 넘긴 채 이날 중앙위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한편 비대위는 전날 중앙위 파행을 부른 비례대표 후보자 투표 방식에 중앙위원들의 의견을 상당수 반영한 ‘중재안’을 만들었다. 우선 전날 A·B·C 그룹으로 나누어 실시하려던 ‘그룹별 투표’ 방식을 포기했다. 대신 비례대표 후보자를 당초 43명에서 35명으로 추린 뒤, 김 대표의 전략공천자 7명을 제외한 28명을 대상을 투표를 실시키로 했다. 또 전날 논란이 됐던 인원 구성도 경제민주화 분야 4명, 과학계 4명, 복지분야와 장애인 각 3명, 외교안보·청년·노동·시민사회단체·변호사·언론 그룹에 각각 2명씩 배치했다. 농어민·노인·다문화·사무처 당직자·취약지역 분야에도 1명씩을 배치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어제 발표한 명단을 놓고 후보자들의 면면을 면밀하게 다시 분석해 35명을 추렸다”며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에 넣을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김종인의 선택 “나를 욕심많은 노인네로 취급했다”
입력 2016-03-21 1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