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로부터 자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유승민 의원에게 결단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한구 위원장이 이끄는 공천관리위원회가 21일에도 유 의원의 공천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22일로 또 다시 미루면서다. 유 의원을 진박(진실한 친박근혜)을 자처한 이재만 전 동구청장과 경선을 붙이기엔 이미 시간이 늦었다. 공관위가 유 의원을 단수 추천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유 의원이 무소속으로라도 선거에 출마하려면 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24일 전에는 탈당해야 한다. 남은 시간은 22~23일 이틀뿐이다.
공관위는 오래전 유 의원을 컷오프 시키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었다. 하지만 여론의 역풍 등을 감안해 유 의원 스스로 결단을 내리라며 결정을 차일피일 미뤘다. 불출마를 선언하든가, 당을 나가든가 알아서 하라는 거였다. 유 의원은 공천을 신청한 이상 당의 결정이 나오면 움직이겠다고 버텼다. 공천에서 탈락한 유승민계 의원들이 “혼자라도 살아남아야 한다”고 간곡히 요청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유 의원도 마냥 버틸 수만은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등록 기간 중 당적을 이탈·변경하면 해당 선거에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관위가 후보자 등록 하루 전인 23일까지도 유 의원의 공천 문제를 결정하지 않으면 유 의원은 무소속 출마 기회조차 놓치게 된다. 유 의원 측 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공관위가 23일까지도 결정을 안 하는 상황을 대비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공관위 내부에선 유 의원 지역구(대구 동을)에 후보를 내지 않는 ‘무공천’ 방안도 거론됐지만 현실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한 공관위원은 “유 의원 지역구에 대해선 ‘유승민을 공천 하느냐 안 하느냐’ 그것밖에 선택할 게 없다”고 했다. 유 의원이 갈 수 있는 길은 무소속 출마로 좁혀지는 형국이다.
공관위 내부에선 어차피 유 의원을 공천 배제시킬 거였다면 진작 했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날릴 타이밍을 놓치고 유 의원 공천 문제를 질질 끌면서 도리어 진박 후보들이 경선에서 줄줄이 패하는 등 역풍을 맞았다는 얘기다. 수도권 유권자들의 민심 이탈이 심상치 않다는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한 당직자는 “미운 놈 한 명 내쫓으려다 수도권 선거 전체를 망칠 수 있다”며 “수도권에서 지면 선거는 필패”라고 했다.
이날 낙천한 유승민계 의원들의 무소속 출마 선언은 없었다. 다만 공천 배제 결정에 대해 중앙당에 재심을 요청한 류성걸(대구 동갑) 김희국(대구 중·남) 의원이 아직 불출마냐 무소속 출마냐 입장을 결정하지 않았다. 추가 탈당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이다. 앞서 유 의원이 원내대표였을 때 원내수석부대표로 호흡을 맞췄던 조해진 의원과 대변인을 맡았던 권은희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유승민, 무소속 출마 결단하나
입력 2016-03-21 1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