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셀프공천’과 비례대표 후보들 자질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의 당내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김 대표 부임 이후 잠복했던 친노(친노무현) 진영 등 주류 의원들의 불만도 수면 위로 터져 나오는 분위기다.
비대위는 21일 오전 김 대표가 불참한 가운데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었다. 비대위원들은 비례대표 후보 2번에 배정된 김 대표의 순번 조정 문제를 포함해 후보군을 A·B·C로 구분한 ‘칸막이 방식’ 철회 여부 등을 논의했지만 타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우윤근 비대위원은 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는) 후순위로 가야한다”며 “대표가 (이런 의견에) 공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세게 얘기했다”고 전했다.
친노 및 범주류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그간 ‘김종인 체제’를 존중하는 태도를 취해왔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당을 이끌 책임을 걸머진 김 대표의 ‘역할’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터져 나오자 그동안 참았던 불만을 한꺼번에 폭발시켰다. 김광진 의원은 교통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김 대표의 셀프공천은) 당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처사”라며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가 비례대표에 대한 생각이 없다고 했는데 (지금은) 너무 다른 상황이다. 입장 변경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줘야 한다”고 했다.
신경민 의원도 트위터에 “셀프공천에서는 사려도, 명분도, 절박감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욕심만 보인다”며 “(김 대표는 비례대표 순번) 20번으로 가거나 내려놔야 유권자 설득이 가능하다”고 적었다.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린 후보자들을 두고서도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박병석 원혜영 유인태 이석현 정세균 추미애 의원 등 중진들을 성명을 내고 “여러 논란으로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게 분명한 후보자들에 대해선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학영 의원은 “우리 당 비례명부를 보면서 참 부끄럽다. 멸사봉공은 못할망정”이라는 트위터 글을 남겼고, 김현미 의원 역시 트위터에 “비례대표 명단…우리가 어떤 당인지, 뭘 하겠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리스트다. 더불어민주당을 더불어민주당답게 하라”고 썼다.
한편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는 당원 10여명이 김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며 대표실 강제진입을 시도해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더민주 친노진용 김종인 향한 분노 폭발
입력 2016-03-21 1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