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언더파의 김세영, 소렌스탐의 LPGA 투어 최다언더파기록과 타이

입력 2016-03-21 12:52
김세영(23·미래에셋)이 2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와일드파이어골프장에서 열린 JTBC 파운더스컵 최종 4라운드 7번홀(파4)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김세영(23·미래에셋)이 16번홀(파4) 탭인 버디로 합계 27언더파를 작성했을 때 장내가 술렁거렸다. 남은 2개홀에서 버디 1개만 보태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72홀 최다 언더파 신기록이 작성되기 때문이었다. 2001년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스탠더드 레지스터 핑 대회에서 작성한 이 기록은 15년간 깨어지지 않은 꿈의 기록이었다. 하지만 149야드로 조성된 17번홀(파3)에서 파에 그친 김세영은 18번홀(파4)에서는 3m 남짓한 버디 퍼트가 홀에 못 미치면서 대기록 작성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레전드’ 소렌스탐의 기록과 나란히 함으로써 김세영은 LPGA 투어에 오랫동안 빛날 진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해 3승으로 LPGA 신인왕에 올랐던 김세영의 시즌 첫 승이자 통산 4승은 그렇게 이뤄졌다.

김세영은 2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와일드파이어CC(파72·6538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JTBC 파운더스컵 마지막 4라운드에서 버디 8개와 이글 1개로 10언더파 62타를 쳤다. 대회 첫날 이미향(23·KB금융그룹)의 코스레코드와 타이를 기록한 김세영은 최종합계 27언더파 261타로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를 5타차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우승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6000만원). 김세영의 우승으로 한국선수들은 올 시즌 6개 대회에서 4승을 휩쓸었다.

세계랭킹 7위였던 김세영은 5위로 도약해 박인비(2위)에 이어 한국 선수 중 2위로 올라섰다. 4명이 태극마크를 달게 될 리우올림픽 티켓 경쟁도 유리해졌다.

이번 대회는 덥고 건조한 사막지역에서 펼쳐져 비거리가 많이 나고 그린이 쉬워 스코어가 잘 나왔다. 하지만 김세영의 우승 기록 27언더파 261타는 72홀 최다 언더파 타이기록이나 타수 기준으로 최저타는 아니다. 지난 2013년 박희영(28·하나금융그룹)과 안젤라 스탠퍼드(미국)가 매뉴라이프 파이낸셜클래식에서 기록한 26언더파 258타가 최저타 기록이다. 당시 대회 코스가 파 71이어서 가능한 기록이었다. 2004년에는 카렌 스터플스(영국)가 파70이었던 웰치스프라이스챔피언십에서 22언더파 258타를 쳤었다.

3라운드 선두 지은희(29·한화)에 1타 뒤진 공동 2위에서 4라운드를 시작한 김세영은 전반에만 버디 5개를 낚으며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후반 11번홀(파5)에선 이글까지 잡으며 2위그룹과 6타차를 벌렸다. 라오스 출신 메건 캉(미국)이 15번홀(파5)과 16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김세영과의 격차를 4타로 좁히기도 했고, 리디아 고도 13번홀부터 4홀 연속 버디를 적어내며 추격했지만 이미 승부가 기운 뒤였다.

지난해 거둔 3승이 모두 습하고 바람이 심한 섬에서 이뤄져 ‘아일랜드의 여왕’으로 꼽혔던 김세영은 이번에는 덥고 건조한 사막지역에서 우승을 일궈 전천후 선수로 거듭났다. 지난해 첫 우승이었던 바하마 클래식은 바하마 섬, 두 번째 우승한 롯데 챔피언십은 하와이, 세 번째 우승한 블루베이 LPGA 대회는 중국 하이난 섬이었다.

전날 선두 지은희는 18번홀에서 1타를 줄이는데 그쳐 19언더파 269타 공동 4위로 밀려났다. 시즌 2승의 장하나(24·비씨카드)는 7언더파 65타를 몰아쳐 이미향 등과 합계 17언더파 271타 공동 13위로 경기를 마쳤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 3승으로 상금랭킹 2위에 오른 장타자 박성현(23·넵스)도 합계 17언더파 271타 공동 13위로 가능성을 입증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