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몽골의 추락, 성장률 17%에서 0.8%로

입력 2016-03-21 11:10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캡처

국제 상품가격 하락으로 ‘기회의 땅’으로 불렸던 몽골이 갑작스럽게 급추락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몽골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제 투자가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나라다. 2011년에는 성장률이 무려 17%에 달하기도 했다. 구리 등의 자원이 풍부한 몽골은 글로벌 경제 팽창과 특히 중국의 성장세에 힘입어 하루 아침에 중진국으로 발돋음하는 듯했다.

하지만 세계은행은 올해 몽골의 성장률이 0.8%에 머물 것이라고 아주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2년 전에 예고됐던 2016년 성장률은 7.7%였다. 2년 사이에 7%포인트의 성장률이 날아가게 됐다는 의미다.

몽골의 추락케 한 가장 큰 요인은 국제 상품가격 하락이다. 대표적인 몽골의 수출품인 구리의 경우 몇 년 전에 1만달러를 오갔지만 지금은 5000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또 중국 경제가 후퇴하면서 중국에 크게 의존해온 몽골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

WSJ은 “몽골은 바다가 없어 자원을 중국 이외의 다른 나라에 수출하기도 어렵다”면서 “결국 수출 다변화를 꾀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WSJ은 “몽골이 지금은 ‘잃어버린 기회의 땅(Land of Lost Opportunity)’이 돼버렸다”고 지적하면서 유목민들도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전했다.

WSJ이 소개한 안크바야르 가람다그바(29)는 유목민이었다. 하지만 몽골 경제가 국제 상품가격 급등으로 대팽창할 조짐을 보이면서 그는 기르고 있던 양과 다른 가축들을 다 팔았다. 또 은행에서 돈까지 빌려 청바지를 파는 가게를 오픈했다. 하지만 지금은 손님이 거의 없는 상태다. 그는 “양과 염소, 소, 말 등을 다 팔았기에 이제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좋은 삶을 위해 도시로 나왔지만 지금 나에게는 미래가 없는 상황이 됐다”고 후회했다.

유목민들뿐 아니라 광부들도 광산산업 몰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몽골의 몰락은 정치권이 달라지는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도 이유라고 WSJ은 꼬집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