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흉기난동 제압한 역장, 이번엔 심폐소생술로 시민 살려

입력 2016-03-21 10:25
심폐소생술로 여성 승객을 살린 김영구(오른쪽) 역장과 시민. 서울도시철도 제공.

묻지마 흉기난동 당시 맨손으로 흉기를 든 괴한을 제압했던 지하철 역장이 이번에는 의식을 잃은 시민을 심폐소생술로 살려냈다.

21일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8시쯤 7호선 숭실대입구역의 김영구(57) 역장은 승강장 의자에서 갑자기 쓰러진 30대 여성 승객을 CCTV로 발견하고 곧장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 승객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는데다 맥박이 약하고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김 역장은 환자가 여성승객이었고 단추가 있는 가디건 형태의 옷을 입어 옷을 벗길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근처에 있던 여성 승객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의식을 잃은 사람이 단추가 있는 상의를 입었을 경우 심폐소생술 압박시 단추가 방해가 될 수 있어 옷을 벗기는 것이 좋다는 판단에서였다.

김 역장의 요청에 나미(52·여)씨는 주저하지 않고 환자의 상의를 느슨하게 푼 뒤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고, 옆에 있던 다른 여성 승객 1명은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 사이 김 역장은 119에 신고해 상황을 설명하고 스피커폰을 통해 구급대원이 알려주는 응급처치 방법을 시민에게 전달했다.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지 2~3분 가량 지나 비로소 환자가 의식을 되찾았고 직접 괜찮다고 얘기할 정도로 기운을 차렸다. 하지만 김 역장은 환자를 설득해 백운안전센터 119구급대에 인계했고 중앙대병원으로 후송됐다. 환자는 이후 건강을 회복해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역장은 2011년 7호선 신대방삼거리역에서 있었던 ‘묻지마 흉기 난동사건’에서 부상을 무릅쓰고 맨손으로 흉기를 든 괴한을 제압해 이듬해 국가 의상자에 지정됐다. 김 역장은 “시민들의 도움으로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며 “당시 함께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은 시민께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시민들이 안전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사고 다음날 건강을 회복한 환자는 숭실대입구역을 방문해 음료수와 함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 역 직원들은 김 역장을 도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던 나씨에게 작은 선물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