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시즌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2차전. 승패를 가른 것은 ‘심리’였다. 경기 전 정규리그 우승팀 현대캐피탈의 최태웅 감독은 “아름다운 2등도 있다. 부담 없이 경기하라”고 선수들을 다독였다. 반면 디펜딩 챔피언 OK저축은행의 김세진 감독은 “소극적으로 경기하면 끌려간다. 자신 있는 플레이를 하라”고 선수들에게 주문했다. 자신감으로 뭉친 OK저축은행이 부담감을 떨치지 못한 현대캐피탈을 또 꺾었다. OK저축은행은 챔피언결정전 2연패에 1승만을 남겨 놓았다.
지난 18일 열린 1차전에서 3대 2로 이긴 OK저축은행은 2차전에서 23득점을 올린 시몬의 활약을 앞세워 현대캐피탈을 3대 0(25-18 25-20 25-20)으로 완파했다. 이날 승리로 OK저축은행은 팀이 치른 9차례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정규리그에서 ‘스피드 배구’로 18연승을 내달린 현대캐피탈은 포스트시즌에선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오레올(11점)과 문성민(10점)은 21점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두 팀은 오는 22일 OK저축은행의 홈인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3차전을 치른다.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11번의 챔피언결정전 1, 2차전에 승리한 팀은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OK저축은행은 1차전처럼 강한 서브를 상대 외국인 선수 오레올에게 집중시키는 작전을 들고 나왔다. 오레올은 서브를 받느라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현대캐피탈은 장점인 블로킹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정규리그에서 블로킹 1위에 오른 현대캐피탈은 1세트에서 블로킹을 한 개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OK저축은행은 초반부터 맹폭을 퍼부은 시몬을 앞세워 1세트를 쉽게 따냈다. 2세트 5-5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나왔다. 현대캐피탈 외국인 선수 오레올이 강스파이크를 날리자 시몬이 뛰어올라 블로킹으로 막아냈다. 경기 분위기가 OK저축은행 쪽으로 넘어간 순간이었다. 세트 스코어 0-2로 밀린 현대캐피탈을 3세트에서 무력한 모습을 보이며 무너졌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우리는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뛰고 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이번 시즌에 가장 노력한 것이 선수들 내면에 있는 것을 뽑아내려는 것이었다”며 “리그에서는 그 모습이 나왔는데 챔프전에서는 막히고 있다. 팀 전체적으로 부담이 많은 것 같다”고 답답한 마음을 전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OK저축은행, 챔프전 2연패 눈앞
입력 2016-03-20 2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