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0일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두고 당내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후보자들의 자격 논란뿐 아니라 절차상 문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비례대표 셀프 2번’ 공천에 당 안팎의 비난이 집중됐다. 비례대표 순번을 정하기 위한 중앙위원회가 열렸지만 반발이 계속되면서 회의는 21일로 연기됐다.
◇발표하자마자 전력 논란=더민주가 발표한 비례대표 명단을 보면, ‘당선 안정권’인 A그룹(1번~10번)중 1번에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가 선정됐다. 2번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6번에는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를 선정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전략공천 몫으로 본인을 ‘셀프공천’하고, 박 교수·최 교수를 당선 안정권에 배치하는 데 쓴 셈이다.
A그룹에는 세 사람 외에 김성수 대변인, 김숙희 서울시 의사회 회장, 문미옥 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기획정책실장,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 등이 포함됐다. 순위는 당 중앙위원 투표를 통해 결정된다.
하지만 비례대표 1번을 받은 박 교수는 2004년 제자 논문 표절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박 교수는 2004년 11월에 발간된 한국수학교육학회지 43권 4호에 ‘한국, 중국, 일본의 학교 수학 용어 비교 연구’라는 논문을 기고했는데, 이 논문은 앞서 2004년 6월 같은 대학 교육대학원 수학교육 전공과정 정모씨의 석사학위 논문 ‘한국·중국·일본의 학교수학 용어 비교·분석 연구’와 구성과 내용이 거의 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더민주는 “당시 학교 측에 충분히 설명을 해서 해소가 된 문제”라고 밝혔다.
박 전 총장도 2012년 자신의 아들이 비리 방산업체에 근무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실상 불명예 퇴진한 바 있다. 여기에다 한국노총 출신의 이용득 전 최고위원도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결혼 안 해보고, 출산 안 해보고, 애 안 키워보고”라고 말하는 등 여러 차례 막말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선 기대권’인 B그룹(11번~20번)에는 당직자 몫에 송옥주 당 정책실장, 취약지역 몫에 심기준 전 최문순 강원지사 정무특보, 노동계 몫에 이수진 전 전국의료산업노조연맹 위원장, 청년 비례대표 몫에 정은혜 상근 부대변인이 이름을 올렸다. 또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 정춘숙 전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등이 포함됐다. 이 중 심기준 전 특보는 ‘설악산 난개발’ 논란으로 올해 시민단체가 선정한 낙천 대상자 명단에 포함됐다. 더민주는 총선에서 15석 안팎의 비례대표 의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례대표 선출 불만 폭발, 회의 연기= 비례대표 후보를 순위를 정하는 중앙위원회는 항의가 쏟아지면서 결국 연기됐다. 중앙위원들은 개회가 선언되자마자 비례대표 후보들의 자격과 A·B·C 그룹으로 나누어 투표를 진행하는 방식 등을 비판했다.
박우섭 중앙위원은 공개발언에서 “우리 당헌 102조 3항에는 당선 안정권 이내에서 전략상 특별히 고려한 후보를 선정하고 그 외엔 중앙위 순위투표로 확정하도록 돼 있다”며 A·B·C그룹을 나눈 방식을 문제 삼았다.
한 중앙위원은 “중앙위원들이 1~10번 명단 전체를 비판하면서, 김 대표가 비례대표 2번을 받은 것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며 “특히 노동계가 굉장히 반발하는 등 살벌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청년비례대표 김광진 의원도 페이스북에 “어떻게 자신이 셀프 2번을 전략비례로 공천할 수가 있을까”라며 김 대표를 비판하기도 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비례대표 명단 열자마자 논란...김종인 셀프 2번 공천 파장
입력 2016-03-20 1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