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하는 봄의 기운과 함께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고전무용의 향연이 펼쳐진다. 24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용산구 용산아트홀 대극장 미르에서 열리는 제90회 ‘한국의 명인명무전’은 수십 년 세월 동안 몸짓을 갈고닦아온 인간문화재 등 대가들이 총출동하는 무대다. 민족의 한과 설움을 춤으로 승화한다는 의미로 ‘한무(恨舞)’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문화융성의 초석을 위한 무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4일은 김영희(김영희 전통춤연구원장)의 ‘춘앵전’, 윤송미(대구살풀이춤 이수자)의 ‘심향무’, 박영순(호남살풀이춤 이수자)의 ‘동초수건춤’, 이우호(대통령상 수상)의 ‘한량무’, 장태연(대통령상 수상)의 ‘태평무’, 김지원(단국대 교수)의 ‘살풀이춤’, 정형숙(정형숙무용단 단장)의 ‘입춤’, 강미선(강미선무용단 춤결 대표)의 ‘지전춤’, 변지연(대통령상 수상)의 ‘원향지무’, 오은희(서울예술대학 교수)의 ‘승무’를 선보인다.
25일은 인간문화재 이생강이 전국의 아리랑을 한데 모은 ‘팔도강산아리랑’ 대금연주를 들려주고, 역시 인간문화재인 권명화가 조선시대 기녀들이 추던 ‘입춤’을 선보인다. 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예능보유자인 이생강은 한국의 대표적 가락 아리랑의 지역별 상이한 버전을 이어서 들려준다. 가장 잘 알려진 경기아리랑과 구슬픈 가락의 강원도 정선아리랑, 경쾌한 장단의 영남지방 밀양아리랑 등을 모두 맛볼 수 있다.
올해로 83세를 맞은 권명화의 입춤은 작고 여린 여인의 정교한 몸짓에서 풍기는 아기자기한 멋이 특징이다. 그가 11명의 무용수들과 함께 추는 대구지역의 살풀이춤도 볼거리다. 일반적인 살풀이춤보다 길이가 두 배 더 긴 수건으로 매듭을 지었다가 푸는 동작을 보여주는 이 춤은 옛 여인들의 희로애락을 풀어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번 공연은 이 작품의 서울 초연이다.
창작판소리 ‘안중근 의사가’도 쉽게 볼 수 없는 작품이다. 1900년대 초반 일제강점기 당시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척결하는 내용을 담은 창작판소리다. 안중근 의사가 암살에 성공한 뒤 태극기를 휘두르며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는 장면, 감옥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어머니와 마지막 면회를 하는 장면 등이 절절한 가사와 함께 그려진다. 경북 무형문화재 제34호 판소리 흥부가 예능보유자인 정순임이 고수 정성룡의 장단에 맞춰 노래한다.
이밖에 최윤희(인간문화재)의 ‘도살풀이춤’, 송법우스님(인간문화재)의 ‘승무’, 정명숙(인간문화재)의 ‘살풀이춤’, 황보영(대통령상 수상)의 ‘한울북춤’ 등 군무의 향연이 펼쳐진다.
박동국(57) 동국예술기획 대표가 1990년부터 열고 있는 ‘명인명무전’은 그동안 1500여 명의 전통예술 명인들이 무대에 섰다. 조선시대의 마지막 무동 고 김천흥, 판소리 명창 고 박동진, 가야금 병창 고 박귀희, 여창가곡 고 김월하, 1인창무극의 고 공옥진, 배뱅이굿 고 이은관, 한국무용 고 이매방, 경기민요 이춘희, 판소리 정순임 안숙선 내로라하는 명인들이 무대를 빛냈다.
예술의 향기와 신명이 넘치는 무대로 정부 지원이 없이도 한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70% 이상의 좌석점유율을 기록했다. 2014년 3월 제2회 대한민국 기록문화 대상 리더십 부문 수상과 2015년 9월 대한민국을 빛낸 인물대상을 수상했다.
“일흔 살쯤 한국 전통공연을 마음껏 올릴 수 있는 전용 극장을 지어 직접 대금을 연주하고 한량무를 한번 춰보는 게 소원”이라는 박 대표는 이번 공연에서 예술감독 겸 해설자를 맡는다. 관람료 5만~10만원(02-2199-7260, 011-223-0022).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봄기운과 함께 고전무용의 향연에 초대” 제90회 ‘한국의 명인명무전’ 3월24~25일 용산아트홀 미르
입력 2016-03-20 1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