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0일 자신을 비례대표 후보 2번에 배정하면서 20대 국회 입성을 ‘셀프’ 확정했다. 김 대표가 사실상 ‘비례대표 5선’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게 되면서 당 안팎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의 대권가도 발판을 ‘킹 메이커’를 마련했다는 분석에서부터 스스로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김 대표의 비례대표 출마가 논란이 된 이유는 그동안 비례대표 출마를 강하게 부인하면서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김 대표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내 나이가 77세다. 국회에 와서 쪼그리고 앉는 것은 곤욕스러운 일”이라며 부정적 의사를 내비쳤다. 지난달 28일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했다. 지난 13일 언론 인터뷰에서는 “(문 전 대표가) 2번을 준다고 해서 핀잔을 줬다. 그런 유치한 소리는 듣기도 싫다”고도 했다. 그러나 김 대표의 비례대표 출마는 당초 분리돼 있던 지역구와 비례대표 공천 심사가 공천관리위원회로 일원화되면서 예견된 일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김 대표가 논란을 감수하면서도 ‘결단’을 내린 것은 총선 이후에도 당내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지난 16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총선에서 패배하면) 떠날 수밖에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하지만 김 대표가 비례대표로 당선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스스로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지 않는 한 최소 4년간은 당을 떠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일단 김 대표가 ‘킹 메이커’로서 자신을 영입한 문 전 대표의 대권 교두보를 마련할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공천 결과 친문(친문재인) 그룹 상당수는 공천을 확정지은 반면 유력 대권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 측 인사들이 대부분 낙천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 본인이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가 ‘더 이상 킹 메이커 노릇은 안 하겠다’ 하지 않았느냐”며 “총선 결과에 따라 김 대표의 직접 등판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비판적 여론이 높은 편이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당 대표가 자신을 비례 2번에 공천한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셀프 공천’ 때문에 지역구에서 역풍이 불 것 같아 걱정 된다”고 말했다. 한 중앙위원은 “이해찬 문희상 날려놓고 본인이 2번으로 출마하면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느냐”며 “오늘 중앙위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당직자 그룹과 당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들도 “당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은 제쳐놓고 자신을 최상위권에 공천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당 안 대표는 마포 당사 기자간담회에서 김 대표의 비례대표 출마와 관련해 “그럴 줄 알았다”며 “비례대표 취지와 어긋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슨 문제가 있느냐. 결과를 보고 얘기하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반응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이슈분석]김종인의 꿈-다선번째 비례대표 사실상 확정
입력 2016-03-20 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