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선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진영도 마구 뒤섞이기 마련입니다. 다만 얼마나 책임있게 정치를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박근혜정부의 산파 역할을 했던 김종인 진영 두 정치인의 뒷배경이 20일 공식적으로 뒤바뀌게 됐습니다.
며칠 전까지 새누리당이던 진영 의원은 이날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습니다. 새누리당의 진박 공천학살 과정에서 탈락했지만, 더민주의 배려로 서울 용산에 전략 공천됐습니다. 역시 이날 비례대표 2순위로 스스로를 지명해 대한민국 헌정 최초 다섯 번의 비례대표 의원 당선이 유력시되는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의 작품입니다.
김종인 대표와 진영 의원은 불과 3년 4개월전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의 핵심이었습니다. 2012년 12월 10일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란 캐치프레이즈와 걸맞지 않게, 대선을 불과 아흐레 앞두고 가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공약집 발표날. 새누리당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진영 정책위의장이 나란히 섰습니다. ‘더불어’란 글자 대신 ‘박근혜’란 글자가 선명합니다.
좌절된 경제민주화 공약, 더불어민주당에선 실천할 수 있을까요? ‘100% 대한민국’이란 구호를 지키는지 매우 의문스러운 박근혜정부와 맞설 수 있을까요?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진영 의원 입당의 자리에서 “최근 여당 행태를 보면 과연 정당이 원래 기능을 하고 있는지 굉장히 의아스러운 생각이 든다”라고 일갈했습니다. 셀프 2순위 비례대표 지명도 정당의 원래 기능인지 굉장히 궁금한 생각이 듭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