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서울 무소속 의원 나오나...무소속 바람 파괴력은

입력 2016-03-20 15:40

‘공천 정국’ 전만 해도 4·13 총선은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 속 새누리당 압승 전망 일색이었다. 공천 작업 막바지인 요즘엔 여당 압승을 예상하는 사람은 없다. ‘일여(一與)’ 균열로 전체 지역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도권(122석) 승리가 물 건너갔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공천 결과에 불복,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여야 인사들의 경쟁력이 선거 판세를 흔들 최대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20일 “서울에서 20년 만에 무소속 당선자가 나올지가 20대 총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2000년에 치러진 16대 총선부터 19대 총선까지 무려 16년간 서울에선 무소속 당선자는 한명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라졌다. 새누리당 내분에다 야권연대 불발에 따른 다자구도 속에 경쟁력 있는 무소속 후보가 2만~3만표를 얻을 경우 당선권에 들 수 있다는 분석이 정치권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특히 여권 성향 무소속 후보들은 여당지지 표를 분산시켜 새누리당 후보에는 치명타를 안길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서울과 수도권에선 친이명박계 안상수(인천 중·동·강화·옹진) 의원과 임태희(경기 성남 분당을)·강승규(서울 마포갑) 전 의원이 이미 공천배제(컷오프)된 후 새누리당을 탈당,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또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서울 은평을) 의원과 유승민계 이종훈(경기 성남 분당갑)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검토중이다.

새누리당 수도권 한 의원은 “은평에서 5선을 지낸 이재오 의원은 야권연대만 안되면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당선될 가능성이 높고, 컷오프된 다른 후보들도 10% 이상 득표할 경우 새누리당 후보 당선은 힘들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무소속 후보 돌풍은 수도권보다 여당 텃밭인 영남지역에서 더 거셀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후보와 컷오프된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여당 출신 전·현직 의원의 일대일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미 3선인 김태환(경북 구미을)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발표했으며 유승민계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권은희(대구 북갑) 의원도 뒤를 이었다. 전직 의원 중엔 장제원(부산 사상), 정종복(경북 경주) 후보가 무소속 출마 대열에 합류했다. 유승민계 김희국(대구 중·남) 류성걸(대구 동갑) 의원도 무소속 출마를 검토중이며, 컷오프된 된 울산 울주의 3선 강길부 의원과 울산 북구 박대동 의원도 ‘무소속 울산연대’를 고민 중이다.

당이 유승민 의원에 대한 공천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유 의원이 컷오프될 경우 선거판세는 요동칠 수 있다. 유 의원은 이미 “나를 도왔다는 이유로 가까운 의원들이 부당한 일을 겪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는 데다 컷오프된 의원 상당수가 유 의원과의 채널을 열어둔 채 무소속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단 탈당에 따른 무소속 세력화와 친이계와의 수도권 연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대정신연구소 엄경영 대표는 “비박계 공천 대거 탈락에 대한 반발 여론이 높아 여권 지지자들의 투표 참여 가능성이 낮아진 가운데 공천 탈락자들의 무소속 출마 명분이 만들어져 지난 18대 총선의 ‘친박 무소속’ 돌풍같은 무소속 바람이 재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