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자녀들이 이태리 왕인가요?” 닥터유 네거티브 홍보 문구

입력 2016-03-20 15:16 수정 2016-03-21 10:35



“자녀분들이 이태리 왕인가요?”

영유아 과자 브랜드가 진행하는 캠페인의 문구입니다. 과자 상자 안쪽에 적혀 있는 장문의 편지글 중에 일부입니다. 내 아이에게 건강한 음식을 먹이자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는 캠페인으로 제품마다 엄마들에게 전하는 글이 적혀 있죠. 그런데 이 캠페인이 너무 주관적인데다 일부 표현은 주 소비층인 엄마들의 심기를 건드린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품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른 식품을 폄하한 것도 모자라 해당 식품을 먹이는 엄마들까지 저평가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실제 확인해보니 ‘닥터유 키즈’ 제품 중 일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문구들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불만이 가장 많았던 상품은 해남 단호박 쿠키입니다. 여기엔 아이들을 왕처럼, 여왕처럼 키우자는 주장과 함께 이천쌀과 전남 해남 단호박으로 과자를 만들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피자나 햄버거, 스파게티를 사주는 엄마들의 행태를 꼬집었죠. 공분을 산 문구는 엄마들은 아이가 왕이라고 하는데 자녀들이 이태리 왕이냐고 반문한 겁니다.

많은 엄마들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공분했죠. 아이에게 양식을 사 먹이는 것 자체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되는 것처럼 명시돼 있다는 겁니다. 이런 음식을 사주더라도 엄마들은 원산지를 꼼꼼히 따지는데다 요즘엔 국산 재료로 건강하게 만드는 음식점들도 많다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그런데 마치 이 음식을 아이들이 먹이면 안 되는 나쁜 음식으로 간주한데다 이 음식을 사주는 엄마 또한 나쁜 엄마인것 처럼 표현됐다는 거죠. 이 때문에 엄마들은 공익 캠페인으로 포장된 네거티브 광고라고 비난했습니다. 이 밖에도 “햄버거는 이태리 음식이 아니다. 관용적 표현이라도 제대로 알고 써라” “언제적 이태리냐? 이탈리아가 맞는 표기다” “햄버거 피자만 먹고 큰 나는 왕처럼 잘 컸다” 등의 비난도 이어졌죠. 틀린 말은 아닌데 불편하다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논란이 된 문구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임실치즈 쿠키에 삽입된 문구도 지적을 받았죠. 여기엔 “모든 곳에 의사가 있을 순 없어 신이 치즈를 만들었다”는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많은 엄마들은 치즈가 완전식품인건 맞지만 신이 내려준 자연식품은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신이 만든 건 우유나 계란 같은 원재료이며 가공식품인 치즈는 인간이 자연식품을 재가공해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죠. 그러면서 제대로 알고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닥터유라는 브랜드는 지난 2008년 오리온에서 출시한 고가 제품입니다.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죠. 이 과자는 한 상자에 2400원에서 3000원 사이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한 상자에 손가락 길이만한 스틱형 쿠키가 12개 들어 있습니다. 한 개당 200원꼴로 다른 과자에 비해 비쌉니다. 수많은 제품들 사이에서 엄마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착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마케팅이 정작 엄마들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그건 ‘마케팅’이 아니라 ‘안티’라는 의견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는데요. 최소한 주요 소비층을 폄하하는 캠페인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요?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