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의 몰렌베이크에서 18일(현지시간) 체포된 파리 테러 주범 살라 압데슬람(26)을 잡는 데 결정적 단서로 작용한 것은 유리잔에서 발견된 압데슬람의 지문과 수상쩍은 피자주문이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19일 복수의 벨기에 경찰 관계자들을 인용해 “압데슬람의 은신처로 의심되던 아파트를 감시하던 중 그곳에 거주하는 한 여성이 피자를 여러 판 주문하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있음을 확신하게 됐다”고 압데슬람 검거를 둘러싼 뒷이야기를 보도했다. 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인근 주민들의 눈에 거의 띈 적이 없는데 많은 양의 피자를 주문한 정황을 수상쩍게 여기면서 진입 작전이 결정됐다는 설명이다.
4개월 간 압데슬람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압데슬람이 벨기에를 떠나 시리아로 갔다’는 등 수많은 추측이 난무하던 중 압데슬람이 여전히 벨기에에 있다는 결정적 증거가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 15일 브뤼셀 외각의 포레스트 지구에서 테러 용의자들의 안전가옥에 대한 급습 작전이 벌어졌는데 이 곳의 유리잔에서 압데슬람의 지문이 채취됐다. 덕분에 몰렌베이크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수색작전이 다시 속도를 냈고 사흘 만에 검거로 이어질 수 있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경찰이 은신처를 급습할 당시 압데슬람은 여성 1명과 친지 2명, 어린이 몇 명과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또 체포과정에서 경찰이 압데슬람의 다리를 쐈으며 공범으로 의심되는 아민 슈크리라는 인물과 그들의 은신을 도운 세 명의 가족도 함께 구금됐다고 전했다. 벨기에의 에릭 반 데어 십트 연방검사는 “압데슬람이 이 아파트에 지난 몇 주 또는 몇 개월간 은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주요 외신들은 그가 파리 테러 당시 자폭하려 했다가 마지막 순간에 포기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프랑수아 몰랭스 파리 검사장을 인용해 보도했다. 영국 BBC 등은 압데슬람이 ‘테러단체 활동 및 테러 살해’ 혐의로 공식 기소됐으나 프랑스로의 송환은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파리 테러 주범 4개월 만의 체포는 수상쩍은 피자주문과 유리잔 지문에서 출발
입력 2016-03-20 10:29 수정 2016-03-20 1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