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영아, 아버지는 화풀이로 학대해 사망케…어머니는 원치 않는 임신이라며 방임

입력 2016-03-18 17:02
비정한 20대 아버지는 부부싸움을 하거나 짜증이 날 때 화풀이로 태어난 지 3개월도 안 된 딸을 생후 1개월쯤부터 사망에 이를 때까지 약 45일 동안 지속적으로 학대했다. 이 과정에서 2차례나 고의로 바닥에 떨어뜨렸고, 이는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됐다.

딸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학대 사실을 알고도 ‘원하지 않은 임신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방임했다.

경기 부천 오정경찰서는 18일 아버지 A씨(23)에게 살인 및 아동복지법 상 상습아동학대·방임 혐의를, 어머니 B씨(23)에게는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방임 혐의를 각각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새벽에 딸이 안방 아기침대에서 시끄럽게 울어 짜증이나 방바닥에 고의로 떨어뜨렸다”며 “울음을 그치지 않아 작은방으로 데려가 또 떨어뜨렸다”고 진술했다.

A씨는 이후 입에서 피를 흘리는 딸의 배를 깨물고 머리 부위를 손톱으로 긁고 꼬집는 등 폭행하고, 안방 아기 침대에 눕히고 젖병을 억지로 입에 물렸다. 이어 분유병이 쓰러지지 않도록 담요로 얼굴 부위를 감싸 고정시키고 그대로 방치했다.

딸은 이날 오전 10시30분쯤 잠에서 깬 어머니에게 이미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부모에게 발견됐을 당시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은 이러한 정황을 바탕으로 A씨에게 사망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했고,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있을 경우 인정된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적용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어려움 및 피해자 육아 문제로 아내와 다툼이 잦아지면서 부부 사이가 멀어졌다”며 “애가 짐이었으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딸이 미웠다”고 진술했다.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두부(머리) 손상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기도폐쇄로 인한 사망일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경찰에 제시했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1월 26일부터 이달 8일까지 일주일에 약 3차례씩 딸의 머리와 배를 꼬집고 때리는 등 상습적으로 학대한 것이 드러났다.

지난 5일에는 딸을 목욕시킨 후 몸을 닦아주던 중 팔을 펴지 않아 화가 난다며 세게 잡아당겨 왼쪽 팔꿈치가 탈골됐다.

B씨는 남편으로부터 상습적으로 학대를 받아 온몸에 멍 등 상처를 입은 딸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했다.

B씨는 경찰에서 “원치 않는 임신으로 딸에게 애정이 없었고 육아에 관심도 없었다”고 진술했다.

한편 딸이 사망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 부부가 거짓 알리바이를 꾸민 정황도 드러났다.

A씨 부부는 해외로 도피하거나 시신을 유기할지 고민하다가 딸이 침대에서 혼자 떨어져 숨진 것으로 입을 맞췄다.

심지어 A씨는 사건 당일 친모가 집에 없었던 것처럼 꾸미기 위해 아내의 친구에게 “어제 저녁에 너희 집에서 잠을 잤다고 (나중에 경찰관에게) 말해 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경찰 수사 단계부터 전담수사팀을 구성, 기록 검토와 보강 수사를 거쳐 이들을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부천=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