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마 호세프(68) 브라질 대통령이 부패 수사를 막기 위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0) 전 대통령을 면책특권이 주어지는 수석장관에 임명하면서 브라질 사회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법원이 정권의 이런 ‘꼼수’에 정면으로 태클을 걸고 나섰고, 의회도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밟기 위한 수순에 다시 돌입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브라질리아 연방법원은 17일(현지시간) 룰라 전 대통령의 수석장관 임명에 대해 효력정지 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장관 임명이 부패수사 방해 목적이라면서 이 명령을 내렸다. 룰라 전 대통령과 함께 뇌물 수수 혐의를 받아온 호세프 대통령은 최근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내자 지난 16일 룰라를 수사 면책특권이 있는 수석장관에 임명했다.
현지 법조계에서는 효력정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면책특권이 여전히 주어진다는 주장과, 연방법원의 명령에 대해 대법원이 유효성 여부를 판단해 면책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갈리고 있다. 브라질 법에서는 대법원의 경우 수석장관에 대해 수사나 구속 등을 명령할 수 있다.
이날 브라질 하원도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문제를 전담하는 의회 특별위원회 설치안에 대해 찬성 433표, 반대 1표로 통과시켰다. 특위는 호세프 대통령의 비리를 조사해 공식 탄핵절차 재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특위가 마련됐어도 실제 탄핵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AP는 “탄핵은 하원과 상원 모두에서 통과돼야 하고 투표도 수차례 벌여야 하기에 실제 탄핵이 이뤄지려면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원과 각계의 탄핵 요구에 대해 호세프 대통령도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호세프는 룰라의 장관직 취임식 연설에서 “반대파들이 지어낸 얘기로 쿠데타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부패 수사를 주도해온 세르지오 모로 판사는 헌법을 위반하면서 당파적으로 사건을 다루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모로 판사가 나와 룰라 전 대통령의 전화통화를 도청해 공개한 것은 민주적 절차를 명백히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모로 판사는 전날 호세프와 룰라가 전화로 ‘필요할 때 수석장관직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국민들의 찬반 시위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현 정권에 반대하는 쪽에선 룰라가 죄수복을 입고 있는 인형을 들고 탄핵 및 장관임명 취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찬성파는 룰라를 지지하는 시위를 주요 도시에서 개최했다. 양측은 주말에도 각각 대규모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룰라 장관임명 소동에, 호세프 대통령 탄핵 절차 재개에, 찬반시위까지 격랑의 브라질
입력 2016-03-18 1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