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클린턴 지지 호소".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 대항마 찾지 못해 갈팡질팡

입력 2016-03-18 14:36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 나흘 전에 민주당 후원자들에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지지를 요청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경선 중립을 유지하던 오바마 대통령이 클린턴 지지를 당원들에게 호소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NYT는 평가했다. 클린턴은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 호소에 힘입어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 5곳에서 모두 승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1일 텍사스에서 열린 민주당 행사에서 후원자들과의 문답과정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선거운동은 종착역에 다가왔으며, 민주당은 클린턴을 중심으로 단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NYT는 복수의 참석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 발언이 얼마나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객관적으로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나흘 후 치러진 미니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클린턴은 플로리다, 오하이오, 일리노이, 노스캐롤라이나, 미주리 등 5곳 모두 석권했다. 클린턴이 동시 경선이 실시된 날 모든 지역에서 샌더스를 따돌리고 승리하기는 처음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샌더스 의원에게 대놓고 경선을 그만두라고 요구하지는 않았으며, 샌더스도 훌륭한 대통령이 될 자질이 있다고 조심스레 평가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클린턴에 대해서는 후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의 지지후보를 분명히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이) 영리하고 강인하고 경험이 많으며, 오바마 행정부를 승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에게 샌더스 같은 ‘진실성’이 부족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면서도 “그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후보 시절에는 진실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진실하다고 반드시 훌륭한 대통령이 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샌더스의 선거참모인 제프 위버는 “경선은 이제 절반 정도 치렀다”며 “남은 기간 따라 잡을 수 있다”고 말해 경선 포기 가능성을 일축했다.

반면 공화당 지도부는 선두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 저지 방안에 골몰하고 있으나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제 그만 트럼프를 대선후보로 인정하자’는 목소리가 있지만 주류 인사들 사이에서는 중재 전당대회에서 트럼프를 배제해야 한다는 기류가 압도적으로 강하다. 하지만 누구를 트럼프 대항마로 밀어야 할지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오린 해치 상원의원은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를 지지했다가 부시 전 주지사가 경선에서 탈락한 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지지로 돌아섰으나, 루비오마저 경선을 포기하자 “두 번이나 잘못 짚었다”며 “누구를 지지할 지 아직 결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이슨 샤페츠 하원의원은 루비오가 하차한 뒤 크루즈로부터 지지요청을 받았다면서도 “지금은 맡은 일에 힘쓰겠다”며 당분간 대선과 거리를 둘 뜻을 내비쳤다.

트럼프로부터 부통령 제안을 받은 루비오 상원의원은 “누군가의 부통령을 할 생각이 없다”며 “10개월 후 상원의원 임기가 끝나면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미국 정치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친 이스라엘 로비단체인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의 행사에 오는 21일 참석해 연설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유대인 랍비들이 저지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트럼프와의 전쟁’을 선포한 국제해커단체 어나니머스는 이날 트럼프의 휴대전호번호와 사회보장번호 등 개인정보를 유튜브에 공개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