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이틀 전이었습니다. 예비군 훈련에 갔던 동생이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누나는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기다렸어요. 그런데 믿기지 않는 비보가 전해졌습니다.
지난 10일 경기도 분당에서 실종된 신원창(29)씨가 실종 일주일 만인 17일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실종 당시 탔던 자전거가 발견된 곳 근처였죠. 신씨는 인근 한 건물 지하에서 목을 맨 채 숨져있었습니다.
신씨 실종 사건은 지난 12일 누나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 처음 알려졌습니다. 누나는 “제 동생 좀 찾아 달라. 분당에서 예비군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종됐다. 집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CCTV에 마지막으로 포착된 뒤 증발했다”고 호소했습니다.
누나는 동생이 스스로 나쁜 마음을 먹었을 거란 의심을 추호도 하지 않았습니다. 평소 성실하고 약속을 잘 지키는 동생이 이틀 뒤 생일파티를 잡아놓고 사라질리 없다고 믿었죠.
누나의 절절한 호소는 경찰과 시민들을 움직였습니다. 경찰은 실종자 수색에 나섰죠. 시민들은 관심을 갖고 사건을 주시했고요. 신씨 사망 소식은 그래서 더 큰 충격이었습니다.
시신 발견 초기 자살로 잠정 결론 내린 경찰 발표를 믿지 못하는 반응이 들끓는 이유입니다. 인터넷에는 면밀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이와 함께 신씨 가족, 특히 누나를 향한 위로가 이어집니다.
누나가 신씨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메시지는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누나가 페이스북에 “원창이가 대답이 없다”며 올린 휴대전화 캡처 화면입니다.
신씨가 사라졌던 지난 10일, 누나는 동생과 연락이 닿지 않아 전전긍긍했습니다.
“너 왜 연락이 안 돼? 무슨 일 있어? 경찰에 신고하고 난리 났으니까 (문자)보면 바로 전화해.”
“안 좋은 일 있으면 누나가 다 들어줄 테니까 연락해. 이런 적 없는 애가 연락도 안 되니 걱정되잖아. 누나 너희 집에 갈 거야.”
신씨 생일이었던 지난 12일에는 축하 인사를 먼저 건넸습니다. 하지만 역시 아무런 대답이 없었죠. 누나는 애가 타서 ‘연락 한 번만 해 달라’고 다그쳤습니다.
“생일 축하한다. 내 동생.”
“너 어디야. 네 자아에 의한 거라면 누나한테는 얘기할 수 있잖아. 마음 가다듬어야 된다면 바람 좀 쐬다 와. 연락 하나만 해줘. 대신 타인에 의해 못 오는 거라면 난 용서 못해.”
“미안해. 누나가 많이 못 알아주고 못 챙겨줘서 미안해.”
남매는 유독 사이가 좋았던 듯합니다. 집안 행사에서 함께 찍은 기념사진만 봐도 매우 다정해 보이더군요. SNS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사진이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신씨 사망 수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외상은 없으나 두 손이 결박돼 있었다는 점에서 타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하루 빨리 사건의 명명백백한 전말이 밝혀지길 기도합니다. 그래야 신씨 가족이 조금이나마 슬픔을 덜어낼 수 있을 테니까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