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파고 나오나” 한국형 알파고 투자정책 비난 봇물

입력 2016-03-18 00:05 수정 2016-03-18 11:03
지난 16일 부산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한 박근혜대통령이 기념촬영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정부가 ‘한국형 알파고’를 만들겠다며 인공지능 관련 사업에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자 네티즌들의 한숨이 깊어졌다. “혈세낭비 사업이 또 등장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능정보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향후 5년간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17일 밝혔다. 지능정보는 인공지능보다 넓은 개념으로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의 정보 기술 분야까지 포함한다.

미래부는 연초 300억원을 투입해 지능정보 기술 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알파고’ 신드롬에 힘입어 종전에 하고 있던 관련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지능정보산업 영역에 포함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5년간 1조원을 투자하고, 민간에서 2조5000억원 이상의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5년간 3조5000억원이 투자되는 셈이다.

이세돌 9단이 지난 15일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를 마친 뒤 시상식에 참석해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구성찬 기자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이 주목받으면서 일찍이 네티즌들은 한국형 알파고 사업이 등장하지 않을까 우려했다. ‘뜨는 분야’에 급하게 세금을 들이붓는 전시행정을 경계한 것이다.
 
그런데 ‘세기의 대결’이 끝난 지 이틀 만에 정부가 인공지능 사업 육성 정책을 들고 나오자 “역시나”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창조경제 한다더니 따라하기 급급하구나.”

“바둑대결 끝난지 며칠 만에 어떻게 인공지능 육성책이나올 수있나.”
“1조가 넘는 눈먼 돈이 생겼다.”
“알파고 따라한 ‘헬파고’가 나올 듯.”


미래창조과학부가 개발한 한국형 유튜브 '케이콘텐츠뱅크' 홈페이지 캡처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는 6개월간 10억원을 들여 한국형 유튜브(K-튜브)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업은 계획대로 마무리됐지만 K-튜브의 존재는 잊혀진 지 오래다. 졸속 사업으로 유튜브를 따라잡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로봇물고기 사업을 떠올리는 네티즌도 많았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4대강 수질조사용 로봇물고기를 개발하겠다며 57억원을 투입했다. 

산업기술연구원은 로봇물고기 사업이 성공했다고 밝혔지만 감사원의 실환경 테스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1초에 2.5m를 헤엄쳐 가야하는 로봇물고기는 23㎝밖에 나아가지 못했고, 수질측정센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개발된 로봇물고기 9대 중 7대는 이미 고장 난 상태였다.

한편 미래부는 지능정보산업 육성을 위해 Δ지능정보기술 연구소 설립 Δ지능정보기술 선점 Δ전문인력 저변 확충 Δ데이터 인프라 구축 Δ지능정보산업 생태계 조성 등 5가지 정책 목표를 세웠다. 우선 상반기에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SK텔레콤, KT, 네이버 등 총 6개 기업이 참여한 ‘지능정보기술 연구소’가 설립된다.

박상은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