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종군이냐 탈당이냐...유승민에게 달린 유승민 거취

입력 2016-03-17 16:40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앞엔 두 개의 선택지가 놓여 있다. ‘백의종군’이냐 ‘탈당 후 무소속 출마’냐다. 이미 컷오프로 방향을 잡은 공천관리위원회가 ‘시간 끌기’에 들어간 이상 공관위 결정은 의미가 없어졌다. 정치권의 모든 이목이 유 의원 본인의 결단에 집중되는 이유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을 일주일 앞둔 17일에도 유 의원 공천 여부를 발표하지 않았다. 막말·욕설 파문을 일으킨 친박(친박근혜) 핵심 윤상현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시키고 동시에 유승민계 현역 의원 4명을 한꺼번에 날린 이른바 ‘3·15 공천 학살’ 이후 진전이 없다. 급할 것 없다는 분위기마저 감돈다. 공관위는 최고위원들에게 정무적 판단을 맡겼지만 최고위 역시 헛돌고 있다.

유 의원은 침묵하고 있다. 그와 가까운 의원들도 “상황을 지켜보자”고만 했다. 이런 가운데 유 의원이 원내대표였을 때 원내수석부대표를 했던 조해진 의원이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조 의원은 공천에서 탈락했다. 그는 CBS라디오에 출연해 “공관위가 지금까지 해온 결정을 보면 어떤 결정을 하든 아주 비겁한 결정을 할 거고 꼼수 결정을 할 것 같다”며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유 의원은 바른 판단을 하고 바른 결정을 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설사 공관위가 유 의원을 경선 대상에 넣거나 단수 추천하더라도 본인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의미로 해석됐다. 조 의원은 “유 의원이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를 놓고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의 평소 언행과 향후 정치적 입지 등을 고려해도 그가 당을 나가 무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일단 공천 결과에 불복해 당을 나간 뒤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섰다가 다시 복당하는 건 명분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의원은 “유 의원이 공관위 발표 전에 먼저 불출마를 선언하고, 대신 김무성 대표가 추인을 보류한 지역의 측근 한두 명이라도 살리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라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김 대표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단수추천 7곳 지역에 대한 심사를 보류한 게 유 의원을 향한 메시지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런 전망을 내놓는 인사들은 김 대표의 예를 들었다.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김 대표는 ‘현역 하위 25% 컷오프’ 기준에 걸려 낙천이 예상되자 먼저 기자회견을 열어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무소속 출마의 뜻을 접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맡아 선거에 힘을 보탰다. 그리고 이듬해 4월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됐고, 1년여 만에 당권을 잡았다. 한 당직자는 “유 의원을 눈엣가시처럼 생각하는 현 정부가 천년만년 정권을 잡고 있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1~2년 정도 쉬면서 후일을 도모하면 때가 오지 않겠나”라고 했다.

다른 의원은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 내부의 ‘유승민 배제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그가 무소속 출마를 강행해 정면충돌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