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김한길 불출마 선언 배경과 향후 행보

입력 2016-03-17 16:30

국민의당 김한길 의원(서울 광진갑)이 결국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야권 통합·연대를 거듭 주장했던 그는 연대마저 사실상 좌절되자 이에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종의 ‘고육지책’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지역구의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현실화돼 당선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진 상황이라 불출마한 것이라는 얘기다.

김 의원은 17일 발표문을 통해 “집권세력의 압승이 불러올 끔찍한 상황을 막고, 동시에 우리 당이 수도권 의석을 확장하기 위해 당 차원의 야권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며 “이를 성사시키지 못한 데에 스스로 책임을 물어 20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철수 공동대표의 ‘통합·연대 불가’ 방침에 반발해 상임 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한지 6일 만이다. 이틀 전 천정배 공동대표는 “현재 당 차원의 수도권 연대는 여의치 않다”며 연대 주장을 철회했다.

김 의원은 지난 1월 3일 ‘창조적 파괴’를 명분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그는 “양당중심 정치의 공생관계를 허물고 백지 위에 새로운 정치지도를 그려내야 한다”며 “민주당 내 패권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고 안 대표에게 약속했지만 (당시에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이번에도 약속을 지키지 못한 셈이다.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그는 안 대표와 통합·연대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나 함께 안 대표와 대립하던 천 대표가 연대 주장을 접고 당무에 복귀하면서 그의 당내 입지는 극도로 좁아졌다. 안 대표는 그의 상임 선대위원장직 사퇴를 받아들이며 ‘함께 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김 의원 측은 “지금이 불출마 선언의 적기”라고 했다. 당내 주도권 싸움에서 패한 뒤 내밀 ‘반전카드’가 불출마 외에는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출마 선언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연대 논의 초기가 오히려 ‘적기’ 아니었냐는 것이다. 당시 김 의원은 자신의 총선 승리를 위해 통합을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런 의심은 더민주가 광진갑 지역 공천을 미루면서 “김 의원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 더 짙어졌다. 당시 당 안팎에서 “통합 논의를 진전 시키려면 김 의원이 불출마 선언으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난 14일 더민주는 결국 전혜숙 전 의원을 광진갑 지역에 단수 공천하며 일여다야 구도를 만들었다. 당선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진 것이다. 당 안팎에서 “결국 떠밀리듯 ‘백의종군’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김 의원은 당분간 당 공식 행사 참석을 자제하고 정국 구상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한다. 탈당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야권의 대표적인 ‘전략가’로 꼽히는 그는 총선 결과를 지켜본 뒤 대선을 앞두고 진행될 야권 재편 과정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