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오염물질을 배출하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기업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지난해 3월 15일 리커창 중국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 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리 총리는 앞서 전인대 업무보고에서는 “환경오염은 민생의 우환이자 고통이다. 오염물질을 몰래 배출한 자들에게는 강펀치를 날리겠다”며 ‘스모그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16일 열린 올해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는 모두 17개의 분야별 질문 중 스모그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다. 보통 중국 고위급 공개 기자회견에서는 사전에 질문자가 정해지고, 회견 주체 측과 질문 내용에 대해 조율이 이뤄진다. 설령 직접적인 질문이 없다고 해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리 총리가 언급할 수도 있다. 리 총리는 그동안 정부는 성장률 유지와 일자리 창출, 환경 보호 사이에 균형을 맞춰야한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환경문제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리 총리의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베이징에는 스모그 황색경보가 발령됐다. 16일 오후와 17일 사이 베이징의 PM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300㎍/㎥ 안팎을 오갔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환경문제 외에 중요하지만, 언급되지 않은 것들도 많았다. 리 총리는 경제 관련된 첫 번째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경제에 대한 자신감, 금융 리스크 통제의 중요성 등 다양한 주제를 언급해지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홍콩 봉황망은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문제가 언급되지 않은 것은 리 총리 취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 경제 개혁과 관련, 행정 간소화와 감세 정책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강조했지만 국유기업 개혁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북한 문제와 남중국해 등 최근 국제 정치적으로 가장 뜨거운 이슈나 인권과 티베트 등 민감한 사안도 기자회견 내용에는 빠져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리커창 지난해 전쟁까지 선포했던 스모그 언급 안해, 베이징에는 스모그 황색경보
입력 2016-03-17 1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