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만명 개인정보 리스트 운영한 성매매 알선 조직…풀리지 않는 의문들

입력 2016-03-17 12:30

22만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리스트를 바탕으로 성매매를 알선해 온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서울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온라인 채팅을 이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성매매알선 등)로 조직의 총책 김모(36)씨 등 6명을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조직원과 성매매여성 등 97명을 성매매알선 등의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김씨와 채팅요원들을 관리해 온 송모(28)씨는 전날 구속기소됐다. 경찰은 성매수남 7명과 금품·성접대 등을 받은 경찰관 3명도 불구속입건했다.

이들 조직은 2014년 2월부터 올 1월까지 인터넷 채팅사이트 등을 통해 1회당 20만~30만원을 받고 5000여회 이상의 성매매를 알선해 13억원 가량의 매출을 거둔 혐의를 받고 있다.



단일 조직 최대 규모의 체계적인 성매매 알선 조직

조직의 채팅요원(일꾼)은 인터넷 채팅과 채팅앱을 통해 인터넷에서 구한 여성의 사진을 프로필로 ‘애인대행’ 등의 제목으로 성매수남을 유인했다. 성매수남이 쪽지로 연락이 오면 성매수남의 핸드폰번호, 명함, 차량번호 등을 파악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신상을 확인해 경찰이나 블랙리스트에 오른 손님 등을 걸러냈다. 검거된 채팅 요원은 56명으로 이들 중에는 여성 3명과 고등학생 2명도 포함됐다.

채팅요원이 조건을 흥정하여 강남일대의 모텔 등으로 약속장소를 잡으면 채팅요원의 연락을 받은 총책은 운전기사(운짱)와 성매매여성을 배정해 약속장소로 이동시켰다. 성매매를 한 뒤 돈을 받은 성매매여성은 운전기사에게 고객에 대한 정보와 성매매대금의 절반을 건넸다. 운전기사는 총책에게 정산내용과 정보 등을 전달했다. 이들은 강남의 카페에 모여 비율에 따라 총책(15~20%), 일꾼과 운짱(30~35%)로 정산했다.

이들은 강남일대 다세대주택을 월세로 임대해 사무실로 사용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2~3개월 단위로 옮겨 다니며 총책과 일꾼이 함께 숙식을 해결하며 조직을 운영했다. 조직이 커지자 김씨는 중·고등학교 동창인 하부 조직원 심모(36)씨 등 5명에게 조직을 분리운영하도록 했다. 이들은 성매매여성을 공유하며 성매매알선조직을 운영했다.



뇌물 받은 경찰

이들 조직은 체계적으로 ‘관작업’을 하기도 했다. 하위 총책들에게서 매달 50만원을 걷은 김씨는 조직원 중 한 명이 조모(42)씨에게 ‘관작업비’ 명목으로 3550만원을 건넸다. 조씨는 이 돈을 개인생활비로 사용했지만 자신과 친분이 있는 경찰에게 뇌물을 건네거나 성상납을 하기도 했다.

조씨는 2013년 11월에는 총책 김씨가 성매매 단속에 걸리자 평소 친분이 있던 당시 강남경찰서 소속 김모(52) 경위에게 사건을 잘 봐달라며 30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2014년 8월에는 다른 업주 심씨가 단속을 당하자 서초경찰서로 옮긴 김 경위에게 진술방법 등을 조언받고 400만원을 건넸다. 지난해 8월에는 성매매 단속을 당했을 때 사건을 무마하거나 축소해달라는 명목으로 50만원을 건넸다. 김 경위는 돈을 받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조씨는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김모(45) 경위와 정모(43) 경사에게 성매매 단속 정보를 미리 알려주거나 단속될 경우 사건무마, 축소 등을 청탁하며 화대 20만원 상당의 성접대를 했다. 김 경위 등은 접대를 받은 사실은 인정했으나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3사람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3사람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김 경위와 정 경사는 뇌물의 규모가 작아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적어 기각됐다. 금품을 받은 김 경위는 금품을 받은 정황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아 영장 신청이 기각돼 보강수사를 하고 있으며 검찰과 협의해 조정할 예정이다. 해당 경찰관들은 현재 대기발령 상태다.



성매수남 7명 입건…풀리지 않는 의혹

전문직·경찰 등이 포함된 리스트가 공개되면서 시작된 이번 수사는 총책을 비롯한 100여명의 조직원이 검거되며 마무리됐다. 경찰은 김씨의 조직에서 작성한 수기장부 8권을 확보해 이들의 혐의를 확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초기부터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22만명의 리스트’는 수사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경찰은 “채팅만 하거나 성매매를 하지 않았음에도 리스트에 올라와있는 사례가 있다”며 “리스트에 올라있는 모든 명단을 성매수남으로 보고 수사하는 것은 인권침해적인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총책인 김씨와 장부작성자 김모(36)씨, 리스트를 보강한 일꾼들은 모두 리스트의 명단 중 실제 성매수남을 특정하지 못했다.

경찰은 성매매 여성 휴대전화에 기록된 내용을 바탕으로 올해 1월 성매매 사실이 입증 가능한 이모(42)씨 등 7명도 성매매알선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경찰은 이 7명의 개인정보가 리스트에 포함돼 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총책 중 한 명인 전모(36)씨와 채팅팀장 1명에 대해서는 지명수배했다. 성매수남에 대한 수사는 확대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