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 장관으로 복귀 꼼수

입력 2016-03-17 09:21 수정 2016-03-17 16:05

브라질에서 전직 대통령이 다시 장관이 되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장관에게 주어지는 면책특권을 활용해 검찰의 구속을 막아보려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브라질 국민들은 이에 반발해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영국 BBC방송은 16일(현지시간) 지우마 호세프(68) 브라질 대통령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0) 전 대통령을 수석장관으로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2003~2010년 집권했던 룰라가 퇴임 5년 만에 공직을 다시 맡게 됐다.

이번 일은 사법 당국으로부터 부패 수사를 받아온 룰라가 구속을 면하기 위한 조치다. 브라질에서 연방장관은 검찰 수사나 구속으로부터 면책된다. 룰라는 브라질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가 정치권에 제공한 20억 달러(2조3500억원) 뇌물 사건과 관련해 최근 검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부패 수사는 집권당 전체로 확산될 조짐이었고, 호세프 대통령 역시 이로 인해 탄핵 위기에 몰렸다.

검찰은 룰라의 장관 임명 방침이 처음 전해진 지난 15일 호세프 대통령과 룰라가 전화통화를 하면서 ‘필요할 때 수석장관직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녹음 파일에 이어 실제로 임명을 강행하자 이날 브라질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번 조치가 국민들에 여전히 인기가 높은 룰라를 활용해 호세프가 국정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목적도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호세프는 룰라를 임명하면서 “룰라 집권 당시 브라질이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렸다”며 “룰라의 등용으로 브라질 경제가 다시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