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는 우간다보다 못하다더니…IMF 기준 금융경쟁력은 한국이 세계6위

입력 2016-03-17 06:00
한국은행 제공

우리나라의 금융 경쟁력은 과연 몇 위인가.

지난해 9월 세계경제포럼(WEF)은 우리나라 금융경쟁력이 87위로 우간다 보다 낮다고 발표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우리나라가 선진국을 능가하는 최상위권에 속한다고 밝혀 혼돈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은행은 IMF가 지난 1월 183개국을 대상으로 제시한 금융발전지수를 인용, 우리나라가 0.854로 조사대상국 중 6위를 기록했다고 17일 밝혔다. 금융기관 발전지수와 금융시장 발전지수로 구성된 ‘금융발전지수’는 신흥시장국 평균(0.328)보다 월등히 높을 뿐 아니라 선진국 평균(0.718)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금융기관 발전지수(0.718)는 16위이며 금융시장 발전지수(0.902)는 미국에 이은 2위로 최고수준이다. 금융발전지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기금자산 비중 등을 포함하는 ‘금융심도’, 성인 10만명당 은행지점수 등을 보여주는 ‘금융접근성’, ‘금융효율성’의 3가지 측면을 통해 금융발전수준을 평가하는 지표다.

그러나 이 순위는 약 6개월 전에 나온 WEF의 결과와 지나치게 동떨어져있다. 지난해 9월 30일 WEF는 우리나라 금융경쟁력이 140개국 중 87위라고 발표했다. 이는 우간다(81위), 부탄(86위) 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이 결과가 발표된 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우간다’ 트라우마에 빠져 국내 금융당국 및 업체를 질타하기 바빴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해 10월 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금융부문은 여전히 낮은 순위를 기록하며…”라며 금융개혁의 고삐를 당겼다. 이에 질세라 당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4시면 문 닫는 은행이 어디 있느냐” “억대 연봉 받고도 일 안 하는 사람이 많다”며 은행 등 금융권을 비판했다. 최 전 부총리는 심지어 국내 금융권 수장과의 만찬에서 ‘우간다, 이기자’란 건배사까지 외치기도 했다.

한은 이승환 금융안정연구팀장은 “WEF 평가는 기업인 대상의 금융서비스에 대한 단순 만족도 조사 성격이 강해 금융서비스에 대한 기대수준의 국가별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IMF 금융발전지수 역시 주요 평가항목인 금융혁신, 금융서비스 다양성, 금융 국제화 수준이 누락돼 금융경쟁력을 정확히 산정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평이다. 이 팀장은 “일부 한계에도 불구하고 IMF 금융발전지수가 지금까지 나온 데이터 중 가장 포괄적이고 다양한 항목을 담은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결국 대통령과 부총리가 일부 부정확한 지표만 믿고 금융권을 닦달한 것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