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바둑 9단 이세돌(33)과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국은 미국 네티즌들에게 작지 않은 관심거리였다. 미국 네티즌들은 한국, 중국, 일본 네티즌들과 마찬가지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 관련 패러디를 쏟아내며 뜨겁게 반응했다.
미국 유머사이트 나인개그닷컴(9gag.com)은 16일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인간과 기계 간 전쟁의 서막으로 묘사한 폴란드볼 만화를 놓고 요동쳤다. 폴란드볼은 국기 무늬 공을 의인화해 국제정세를 그리는 풍자만화다. 특정 작가 없이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문화현상이다. 2009년 폴란드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확산돼 폴란드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폴란드볼은 나인개그닷컴의 인기 콘텐츠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폴란드볼로 패러디한 네티즌은 첫 번째 컷으로 반상에 마주앉은 한국 공과 철갑 공을 그렸다. 한국이 이세돌, 철갑이 알파고다. 한국은 1대 4로 패배하고 “안 돼(No)”라고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기계는 한국을 이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대전을 일으킨다.
폴란드는 무기력하게 당한다. 프랑스는 항복한다. 스위스는 붙잡히고, 대만과 사우디아라비아는 당황한 표정으로 도망간다. 일본은 기계의 애완용으로 전락한다. 중국은 재래식 탱크로 반격하지만 패배한다. 전투기에 탑승한 미국과 핵으로 무장한 북한만 남아 기계에 맞서 싸운다.
미국 네티즌들에게 바둑은 체스보다 낯선 종목이다. 하지만 인간과 인공지능의 두뇌싸움이라는 대국의 의의는 미국 네티즌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알파고의 승리에 대한 미국 네티즌들의 시각은 폴란드볼 패러디를 통해 엿볼 수 있다.
3국까지 전패를 당하고 알파고에 우승을 허용한 뒤 “인간의 패배가 아니라 나의 패배”라고 모든 화살을 자신에게 돌린 이세돌의 발언은 미국 네티즌들의 존경심을 일으켰다. 나인개그닷컴에선 이세돌의 이런 발언을 영어로 옮기고 “적어도 당신은 시도했다” 또는 “존경한다”고 적은 게시물이 나왔다.
이세돌이 4국에서 뒤늦게 1승을 챙겼던 지난 14일엔 미국 영화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23년 만에 4전5기로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넣은 할리우드스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42)의 사진에 “축하한다”고 적은 게시물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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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