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과 테러를 피해 고향을 떠난 난민들의 처지는 아직도 어렵습니다. 그동안 난민들의 유입을 묵인했던 유럽 국가들도 대부분 국경을 막고 있습니다. 유럽으로 가지도, 그렇다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인 셈입니다.
영상은 그리스 국경 난민촌에 머물고 있는 가족의 모습을 비추고 있습니다. 한 남성이 그림을 보여주는데 옆에 앉은 여덟 살 딸아이가 그린 그림이라네요.
여덟 살 소녀가 그린 극단주의 무장 테러단체 ISIS(이슬람 국가)의 모습은 검은 색으로 칠해져 있고 총을 들고 있습니다. 주변엔 그들에 의해 희생된 듯한 이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림을 그린 샤하자드(Shaharzad)는 말이 많지 않은 소녀입니다. 하지만 샤하자드가 그린 그림은 퍽 많은 얘기를 우리에게 들려주는 듯합니다.
스케치북을 넘기니 또 다른 작품이 나옵니다. 바다 위에 배가 떠 있는데 배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입니다. 멀리 보이는 육지에는 그리스 국기가 걸려 있네요. 터키에서 그리스로 배를 타고 왔던 기억을 되살려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다음 그림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배의 모습입니다. 많은 이들이 바다에 빠져 있고 그리스 국기가 걸려 있는 배가 와서 몇몇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습니다. 이 모습 역시 소녀가 배를 타고 오면서 목격한 장면인 듯합니다.
마지막 그림은 빵을 나눠주는 트럭의 모습입니다. 트럭 한 대가 있고 트럭 주위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습니다. 아, 그리고 그 트럭의 앞뒤에는 카메라맨들이 트럭에 몰려들어 빵을 받는 이들의 모습을 촬영하고 있네요.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