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재난 앞에 경건해야 하고 재난에 처한 인간에 대해서 경건해야 한다고 사이렌 소리는 이 세상을 향해 외친다. 외치면서, 소리의 끝을 길게 끌어가며 내가 덤벼들 수 없는 재난의 복판을 향하여 달려간다. 도심을 질주하는 소방차의 대열을 향해, 나는 소방차 만세, 인간 만세를 외치고 싶었다.”
소설가 김훈이 2008년 나온 소방관들의 문집 ‘기다려라, 우리가 간다’에 보낸 서문 ‘인간에게 다가오는 인기척’에 쓴 구절입니다. 재난 앞에서 구현되는 인류애를 다룬 겁니다. 초등학교 시절 장래희망은 ‘소방수’였으나 호구지책으로 신문기자가 됐고, 이후 소설가로 독립한 김훈의 소방관 찬양은 유명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과 싸우는 소방관들 옆에서 3년간 동고동락한 포토그래퍼가 ‘시간이 만든 예술’이란 별명의 타임 랩스 기술로 영상 제작했습니다. 제프 프로스트가 주인공입니다. 소방관만큼이나 용감한 포토그래퍼입니다. 비디오뉴스 에이전시 케이터스 클립스가 15일(현지시간) 재편집한 유튜브 영상을 공유합니다.
제프 프로스트는 2015년 세계적 록 밴드 U2와 함께 월드투어를 다니며 시각 이미지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자연이 지닌 웅장한 힘, 화염을 향해 달려가는 소방차, 재난 끝에 남은 폐허, 그 속에서 홀로 살아남은 꼬마들 놀이기구까지. 밤하늘 유성쇼가 벌어지는 우리 행성의 아름다움은 덤입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