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루스코니 ‘엄마는 로마 시장 될 수 없다’ 성차별 발언에 이탈리아 시끌

입력 2016-03-16 16:55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출처: 위키피디아)

오는 5월 이탈리아 로마시장 선거를 앞두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9) 전 총리가 내뱉은 성차별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야당인 ‘포르자 이탈리아당(FI)’을 이끌고 있는 베를루스코니는 이날 현지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시장이 된다는 건 사무실에 14시간 동안 앉아 있어야 되는 걸 의미한다”며 “어머니는 시장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임신한 몸으로 중도 우파연합 후보직에 도전할 예정인 조르지아 멜로니(39) ‘이탈리아 형제당(FdI)’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다.

베를루스코니의 망언은 그가 지지하는 소속당 후보의 폭언에 이어 나왔다. 멜로니와 우파연합 후보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FI 소속 구이도 베르톨라소(65)는 앞서 “멜로니가 먼저 해야 하는 건 어머니가 되는 일”이라며 “왜 멜로니더러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동시에 모진 정치판에 있도록 강요하는지 모르겠다”는 막말을 쏟아낸 바 있다.

노골적인 차별 발언에 이탈리아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베아트리체 로렌친 보건부장관은 “이 나라는 여성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믿기 힘든 일들은 여성혐오증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마테오 렌치 총리도 “당연히 어머니도 시장이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당사자인 멜로니 대표는 “난 모욕당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여러분의 어머니, 누이, 아내와 연인 등 이 나라의 수백만 여성들은 국가가 실패한 일들을 도맡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로마시장 선거는 집권 민주당(PD) 소속 로베르토 지아체티 후보와 우파연합 후보 간의 2파전 양상이 예상되고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