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약 분석과 향후 전망

입력 2016-03-16 16:37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15일(현지시간) 승리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대선후보로 지명받기까지 난관이 적지 않다. 공식적인 대선 후보가 되려면 7월 전당대회 이전에 대의원 과반을 확보해야 하는데, 공화당 주류의 집요한 반대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의 후보단일화 여부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공화당 지도부는 전당대회 전에 과반을 넘는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전당대회에서 재투표를 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재투표는 공화당의 분열과 대선패배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아 지도부로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과거 유일하게 1976년 전당대회 재투표로 제럴드 포드가 선출됐으나 그 해 민주당 지미 카터에게 졌다. 현재로서는 트럼프를 공화당 후보에서 배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공화당의 유력 대선후보가 된 트럼프는 일자리 부족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만을 정확히 읽고 있다. 상·하원을 장악하고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견제하지 못하는 공화당원들의 분노를 제대로 대변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힐러리 클린턴보다 더욱 강경한 보호무역 강화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모든 미국의 대외 무역협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여러 나라와의 통상마찰이 예상된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서는 무역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45%의 징벌적 상계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불공정무역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다는 방침이다.

멕시코에 대해서는 미국-멕시코 국경에 세울 장벽의 건설비용을 청구하기로 했다. 멕시코가 이 비용을 내지 않을 경우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관세와 비자발급비용을 인상하기로 했다. 멕시코산 제품의 관세 인상은 멕시코 공장을 통한 한국의 대미 수출에도 타격을 주게 된다.

다만 관세 인상은 미 의회의 고유권한이어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독단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렵다. 오바마 대통령도 2008년 대선 후보 시절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실제 이행하지는 못했다.

만일 트럼프의 공약이 그대로 실현된다면 미국과 중국의 관세인상 경쟁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기에 빠질 수 있다고 피터슨 연구소는 경고했다.

또 수입품의 가격인상은 미국의 저소득층 뿐 아니라 중국산 자재를 사용하는 미국 제조업계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트럼프는 각종 세금을 대폭 간소화하고 감면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인기를 얻고 있다. 트럼프의 공약에 따르면 저소득층 7300만 가구는 소득세를 아예 내지 않는다. 상위 1%는 세후소득이 17.5%나 증가한다. 법인소득세는 현행 최고 38%에서 15%로 대폭 낮아진다.

트럼프의 세금 감면 규모를 분석하면 정부예산의 4분의 1을 삭감해야 한다. 세금재단(Tax Foundation)은 트럼프의 공약이 관철되면 향후 10조 달러 규모의 재정적자를 낳게 될 것이며 이는 미국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의 불법이민자 추방도 경제적으로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계산이다. 1100만명에 달하는 불법이민자들을 추방하는데 4000억~6000억 달러의 비용이 발생하고, 노동력 손실에 따른 실질국내총생산(GDP) 감소액이 1조6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게 아메리칸액션포럼(AAF)의 진단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